◎한국인 유학생 좌담/가능성의 나라… 「중국전문가」 많아야 국익도움/3대명문에 유학생 집중… 각성으로 확대 중요□참가자
▲한동훈(33·베이징대경제학 박사1년·서울대 국제경제학과졸)
▲김태영(33·베이징대국제정치학석사1년·서울대 조선공학과졸)
▲진정미(여·35·베이징대경제학 박사2년·이대 영문과졸)
▲윤남진(30·중국런민(인민)대경제학석사2년·인하대 중문과졸)
▲지만수(28·중국런민대국민경제관리과연수생·서울대 경제학과졸)
▲사회:이동국 기자
◇장소·일시:베이징(북경)대 캠퍼스·3월17일 낮 12시
한국유학생들의 눈에 비친 중국의 현재와 미래는 어떤 모양일까. 중국식 사회주의에서 우리가 배울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중국에 관한 연구는 인문과학에 치중돼왔으나 최근들어 사회과학 분야에대한 연구열도 높다. 이 분야 연구를 하고있는 유학생 5명과 좌담을 가졌다.
―먼저 중국 유학동기를 들어볼까요.
▲진=중국유학의 희소성이란 매력도 컸지만 무엇보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어떻게 흘러가고 발전할지 보고싶었습니다.
▲윤=나도 비슷한 이유로 92년에 왔습니다. 청춘을 불살라 공부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죠.
―우연의 일치이지만 모두 사회과학 전공자만 모였습니다.
▲한=저는 중국의 개방체제경험은 북한의 개방에 대비, 우리가 반드시 연구해두어야할 분야라고 판단했는데 모두들 비슷한 생각을 했을겁니다.
▲지=현재 북한에서 온 유학생은 이공계열에 국한돼있을뿐 중국의 개방체제를 연구하는 사회과학분야는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북한의 개방에 대비, 우리라도 이 분야를 열심히 연구해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곳 생활은 어떻습니까.
▲김=재미없어요. 놀데도, 놀 거리도 마땅찮고... 공부외에 할 일이 없어요(일동 웃음). 물론 여행도 다니고 술집도 열심히 찾아다니는 학생이 있긴하지만 드문 편입니다.
-특별한 어려움이라면.
▲진=경제문제입니다. 이곳 물가가 싸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입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한 상점은 매우 비쌉니다. 유학에 큰 돈이 안들거라고 생각하고 무턱대고 왔다가는 큰 코 다치기 십상이죠.
▲한=공부하려면 1년에 최소한 1만달러에서 1만5천달러정도가 듭니다. 그런데 학비를 벌 수단은 전무하죠. 참 힘듭니다. 중국에서는 서구에서와 같은 장학제도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곳 대학은 해외유학생이 중요한 재정수입원 입니다.
▲지=장학금제도 만이 아니라 아르바이트기회도 거의 없습니다. 대사관 한국기업에서의 아르바이트기회도 주로 조선족에게나 주어집니다.
-그런데도 한국유학생은 자꾸 몰려들지않습니까.
▲진=중국의 가능성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더욱 많이 와야한다고 봅니다. 중국이 그만큼 중요한 나라이기때문입니다.
▲김=숫자는 문제가 안됩니다. 문제는 베이징대 중국런민대 칭화(청화)대등 소위 3대명문에만 몰리는 현상입니다. 전국의 각 성으로 퍼져 나가야 합니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폭넓은 「관시(관계)」를 위해서도 학교를 다양화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윤=지난해 12월17일에 처음으로 베이징에서 「유학생의 밤」행사를 했는데 1천3백명이 참여했습니다. 현재 2천5백명정도가 유학와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부를 등한히 하는 학생도 많다던데.
▲지=모두가 석박사를 따는 것이 능사는 아니죠. 학위취득이상으로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에서 장사하는 요령을 익히고 나름의 관시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일부 학생의 탈선도 분명히 있습니다. 돈가치가 10대1정도이니 상대적으로 흥청망청하는 학생도 봅니다. 정규유학생은 거의 없고 대부분은 어학연수등 단기과정입니다.
▲진=국내언론에서 극소수인 이들의 생활을 마치 전체 유학생의 모습인양 보도하는데 대해 이곳 유학생들의 불만이 여간 큰게 아닙니다.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무어라고 생각합니까.
▲윤=중국에 쏟는 관심의 1/100만이라도 유학생에게 썼으면 합니다. 미래의 중국전문가를 키우지않고 어떻게 중국에 진출할 수 있습니까.
▲진=중국대학생들에 대한 투자만 봐도 우리 정부나 기업의 근시안적 태도를 생생히 알 수 있어요. 한마디로 정부나 한국기업은 중국의 파워엘리트가 될 똑똑한 중국대학생들에 대한 투자가 너무 소홀합니다.
▲지=일본의 경우 장래성있는 중국학생들을 골라 학비를 대주고 일본 미국등으로 유학을 보내줍니다. 또한 현지기업들도 아르바이트자리를 알선해주죠.중요 관시입니다.
▲한=정부나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중국의 똑똑한 대학생을 한국에 데려와 공부시켜주고 이곳에 온 기업들이 중국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쓰면서 친한인사로 만들어야합니다.
―중국의 변화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시다.
▲한=78년이후 연10%이상 성장해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앞으로 인프라확충,인플레 통제,국유기업의 개혁,노동력의 질적 향상등이 관건입니다.
▲김=덩샤오핑(등소평)이 죽으면 중국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는 착각입니다. 먼 장래는 모르나 현재까지는 상당히 안정돼 있습니다.
―학생을 포함한 지식인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진=지식인들은 정치적 안정이 개방경제의 절대적 요건이라고 봅니다. 절대다수가 현상황에서의 대안없는 중국공산당의 붕괴는 곧 중국의 멸망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는 듯 합니다.
▲지=체제에 가장 비판적인 학생들은 알고보면 공산당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의식이 높은 만큼 부패,관료제등에 대한 비판의식도 강합니다.
▲윤=교수들도 30대는 특히 비판적입니다. 그러나 그 비판은 공산당이 이끄는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의 틀을 인정하는 가운데 나오는 것으로 이해해야합니다. 당장에 현체제를 전복해야한다는 급진론이 아니죠.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뭡니까.
▲진=유학 돈벌이 취직이 최대 관심사이죠. 이념문제로 고민하는 학생은 거의 없어졌어요. 여가생활은 주로 영화감상, 이성교제,, 무도회참가, 독서등으로 우리가 보면 좀 단조로운 편입니다.
▲김=내가 아는 여학생은 천안문사태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졸업후 우르무치지역의 오지로 직장을 배정받았습니다. 이런 현실적 불이익도 정치무관심에 일조했습니다.
―학습태도는 어떻습니까.
▲한=학교안에 돌아다니는 학생중 열에 일곱은 귀에 이어폰을 꼽고 다닙니다. 노래듣는 학생은 없고 전부 영어회화테이프를 듣는 겁니다.
▲윤=우리나라 고3학생이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합니다. 공부하는걸 보면 두려운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대륙의 눈/유학생들 각고속 「중국전문가」 부푼 꿈
중국취재중이던 지난 3월말 베이징(북경)대 한국유학생들이 묵고있는 기숙사를 찾아갔다. 마침 당시 일부언론에서는 중국의 한국유학생들이 공부는 제쳐둔 채 흥청망청한다는 좋지않은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들은 생각과 많이 달랐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오렌지족이 생겨날 풍토가 못되었다.
외국인기숙사중에는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아파트형의 괜찮은 곳도 있었지만 한국유학생들은 대부분 2인1실의 방을 사용한다. 기숙사복도를 지나면 5개에 1개꼴로 한국유학생의 명패가 걸려있다. 방의 풍경은 거의 비슷하다. 마치 70년대 우리나라의 고학하는 학생의 자취방같다. 실례를 무릅쓰고 한국인명패가 걸린 방을 몇 곳 들여다봤더니 모두들 자리에 앉아있다. 『열심히 공부하네요』라는 인사말에 학생들의 대답이 한결같다. 『공부외에는 할 일도 없어요』 『공부하러 왔으니까요』
이 대학에서 국제경제학석사과정을 밟고있는 김태영(33)씨의 방안 풍경. 대학노트두권을 펴면 꽉차버리는 합판으로 만든 간이책상 2개, 낡은 나무책장 3개, 2층침대,TV, 보온밥통 그리고 빨랫줄에 가득 걸린 세탁물이 전부다. 그러나 그는 『중국학생들은 내가 혼자쓰는 이방보다 훨씬 작은 방을 2명이 함께 쓴다』며 『이정도면 호강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2년 넘게 서울에 아내를 남겨둔채 이곳에 와 책과 씨름하는 이유는 중국문제전문가가 되기위해서다. 아침 5시부터 밤 12시에 끝나는 그의 하루일과표는 수강과 토론준비, 복습의 반복이다. 그는 간혹 책이 잡히지 않을때면 서울집 생각을 한다고했다. 미래의 중국전문가들은 고독과 각고속에서 영글어 가고 있었다.<베이징=이동국 기자>베이징=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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