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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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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은 우리 민족에게 고난의 시대였다. 나라가 위기에 직면했고 끝내 국권을 빼앗겼다. 그러한 시기에 다행하게도 거목과 같은 민족지도자가 줄을 이었다. 안중근 이상설 안창호 김좌진등의 치열한 애국혼과 활동상을 「백범일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써낸 백범 김구선생도 민족의 거인이었다. 벌써 46주기를 맞은 감회가 새롭다. ◆백범일지의 정신은 「나의 소원」이 바탕이 되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독립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고 우렁차게 그 의지를 밝힌다. 민족지도자의 눈엔 이것밖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뜻이야말로 나라사랑의 기본이고 극치라고 하겠다. ◆그는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보며 비통한 심경을 피를 토할듯 쏟아 놓았다. 「절역에서 전전할 때에 고국의 산하를 바라보면서 그리운 동포를 연상할 때에 어찌 오늘과 같은 경우를 뜻하였으랴. 동포들이어 반성할지어다. 동포들이어 단결할지어다」 백범은 민족의 갈길을 앞서 꿰뚫어 보고 올바른 길이 무엇임을 간파하고 지적했다.◆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일 것이다. 20여년의 세월에 걸쳐 쓴 백범일지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아직도 민족의 애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다. 그 생명력의 근원은 거듭 나라사랑의 열정이라고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시대가 몇번 변해도 백범정신은 변하지 않고 뿌리가 더욱 싱싱하다. ◆민족의 거인인 그의 신념을 오늘의 정치인들과 비교하기엔 오히려 송구스러운 느낌이 든다. 국민을 향해 반성하자 단결하자고 감히 소리치는 정치인이야 말로 진짜 지도자인 것이다. 요즘 정치에선 거인다운 목소리가 좀체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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