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한 인물이 후보의 제1조건”/삼삼오오 모여 당선자 점치기도경북 청도 운문사의 비구니 2백여명도 이날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산중 도량을 소리없이 나섰다.
칠흙같이 어두운 새벽3시께 딱딱한 잠자리에서 일어난 운문사 승가대학 학인비구니들은 향내음이 그윽한 대웅전 부처님앞에서 아침예불을 올리며 「내고장 일꾼」을 마음속으로 그렸다.
아침공양을 마친 명성(64·여) 주지스님등 비구니들은 상오 7시께부터 이미 부재자투표를 마친 비구니들을 뒤로한채 25인승 마이크로버스에 올라 2 떨어진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문명국교에 마련된 운문 제2투표구로 향했다.
주민등록증을 손에 든 비구니들은 농민들과 함께 정성이 담긴 한표를 행사했다. 투표후 삼삼오오 운동장에 모여 『누구를 찍었어요』라며 당선자를 점쳐보며 오랜만에 속세의 일을 화제로 올렸다.
새벽 3시 일어나 하오 9시까지 빈틈없는 빡빡한 일정속에 4년을 수련하는 학인스님들은 최근 며칠간 점심공양시간대를 이용, 2차례 날아온 선거홍보물을 보고 불자들과 유세얘기를 나누며 선택의 범위를 좁혀왔다.
바깥세상과 단절된채 불학에 몰두중인 20∼30대 비구니들은 약속이나 한듯 「청렴」한 인물을 후보의 제1조건으로 내걸었다.
『예불을 올리는 마음으로 향토민들을 섬기는 후보라면 내고장의 일꾼으로 손색이 없겠지요』<청도=전준호 기자>청도=전준호>
◎신안군 40개섬 주민주권행사/참일꾼 뽑는 즐거운 「뱃길 100리」/어선·버스타고 “멀지만 큰 보람”/투표율 전국평균 항상 웃돌아
본섬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고작 한두가구만 사는, 투표소가 없는 외딴섬 주민들이 작은 어선과 경운기등을 이용해 20여이상 떨어진 투표소를 찾아 신성한 투표권을 행사했다.
8백32개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의 경우 82개 유인도 중 유권자가 적어 투표소가 없어 본섬으로 건너가 투표해야 하는 40여개 섬 주민들은 행정선과 소형 어선등을 이용해 투표했다.
신안군내 섬중에서 유권자수가 가장 적은 2명에 불과한 섬은 임자면 부남도.
부남도의 2명의 유권자는 권정안(65) 김삼이(65)씨 부부로 이들은 이날 상오 11시께 자신의 소형 어선을 이용해 1정도 떨어진 재원도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또 임자면 갈도 주민 5명도 이날 상오 10시30분께 20여나 떨어진 재원도까지 어선을 타고 와 투표를 마쳤으며 흑산면 장도주민 92명도 상오 10시께 어선인 「만성호」를 타고 1떨어진 흑산도에 도착한뒤 다시 버스를 타고 투표소를 찾아 지방자치제 원년의 뜻있는 주권을 행사했다.
신안군은 이처럼 투표소가 없는 작은섬에 살고 있는 주민 1천6백여명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투표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행정선 1척과 철부도선 1척, 소형어선 31척, 차량 9대를 동원해 주민들을 투표소까지 실어 날랐다.
신안군 관계자는 『섬지역 특성상 교통수단등이 좋지 않지만 지금까지 투표에서 항상 전국평균보다 5∼10% 높은 투표율을 나타냈다』며 『작은 섬 주민들이 이웃들과 어울려 한배를 타고 오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신안=강성길 기자>신안=강성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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