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기호 적어두기 유행/투표순 4개번호 나열 마치 “비밀번호”/모두 맞힌 사람에 돈 몰아주는 내기도유권자들 사이에 난수표같은 「비밀번호 적어두기」가 유행이다. 27일 찍을 후보 4명의 기호를 종이쪽지에 적어두는 것이다. 광역·기초 단체장 및 의원을 한번에 뽑는 이번 4대선거를 유권자들이 얼마나 복잡하게 느끼는지를 말해주는 현상이다.
택시기사 정모(36·경기 남양주시)씨는 3일전 도지사와 시장후보는 평소 괜찮다고 느낀 인물로, 도의원과 시의원후보는 홍보물 경력란을 보고 점찍어 놓았다가 이름과 기호를 잊어버려 종이에 적어놓았다. 정씨는 『찍을 사람이 4명이나 되는데다 생소한 이름이어서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었다』며 『나처럼 하는 동료들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4자리 비밀번호를 만들어 놓은 사람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이모(65·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시장, 구청장, 시의원등 3명의 기호만 적어두었다. 구의원은 아무리 홍보물을 들여다봐도 적임자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비밀번호는 유권자의 성향이 정당중심이냐, 인물중심이냐에 따라 판이하다.
투표순서는 기초의원,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이므로 정당중심으로 투표하는 유권자는 뒤의 세자리는 숫자가 같지만 정당공천을 받지 않은 첫자리의 기초의원후보는 번호가 제각각이다. 반면 인물을 중시하는 유권자의 비밀번호는 4자리 숫자가 제각각이 된다.
번호를 적어두는 사람들이 많자 한동네 주민들 사이에는 4자리 숫자를 모두 알아맞힌 사람에게 돈을 모아주는 「잭포트내기」가 유행하고 있기도 하다.
유권자들이 이름보다는 기호를 기억하려는 경향이 크자 무소속이나 기초의회 후보들은 기호를 정확히 알리는게 당락에 결정적이라는 생각에 기호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특정정당의 세력이 큰 지역에서 출마한 후보들은 연설회때마다 기초의회후보의 기호가 정당순이 아니라 추첨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호남에서는 기호1번으로 결정된 민주당 내천의 기초의회후보들이, 부산등지에서는 기호2번을 뽑은 민자당 내천자들이 고민하는등 기호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도 하다.<남경욱 기자>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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