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는 드라마처럼 전개될 때가 많다. 극과 극의 상황이 연출되기 일쑤이고 항상 애증이 교차한다. 다음의 스토리를 예상하기가 어렵고 관객은 늘 긴장을 해야만 한다. 지난해 이맘때 우리는 한반도전쟁위기설과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라는 전혀 상반된 극적인 사건때문에 크게 놀란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쌀을 주제로 한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지려 하고 있다. 아무쪼록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리고 세계로부터 박수를 받았으면 한다.지난 4월 중국을 여행하면서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몇가지 얘기를 들었다. 북한의 식량난 때문에 생긴 안타까운 이야기들이고 차마 옮기기가 어려운 눈물겨운 내용들이다.
첫째는 북한에 김치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 배추를 심을 밭에다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옥수수등 작물을 대신 심어 무와 배추가 귀하다는 것이다. 평양에서도 식탁에서 김치를 찾기 힘들고 김치가 점점 「귀한 음식」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과의 국경인 남평해관에 다리가 급히 세워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북한의 무산광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쓰러져가기 시작했다. 북한은 중국에 긴급히 곡물을 요청했고, 중국은 비상식량을 트럭으로 수송하기 위해 다리를 급조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점심을 못먹는 어린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난4월 한 재미교포가 사리원을 방문했다. 마침 어느 국민학교 학생들이 매스게임연습을 하는 것을 참관하게 되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었는데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나무그늘에 가서 쉴뿐 식사를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몇몇 학생들만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안내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서 보니 옥수수밥이었고 양도 조금이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다른 아이들은 이것을 부러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넷째는 굶주림으로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중국 국경마을에 북한사람 몇명이 두만강을 건너와 식량을 빼앗은 뒤 사람까지 죽이고 도주했다는 것이다. 그곳에 사는 조선족들은 「식량이나 빼앗아가지 왜 사람까지 죽이고 갔을까」하면서 안타까워했다.
김영삼대통령은 북한에 조건없이 쌀을 지원하겠다는 큰 결단을 내렸다. 김대통령은 취임식때 『어느 동맹국보다 민족이 더 우선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의 실천을 위한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쌀을 보내겠다는 발언이 주는 의미도 크다. 이번 쌀 회담의 성공이 92년 2월에 있었던 남북기본합의서의 교환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먹는 문제를 대외에 의존하면 정치적 독립이 무의미하다」는 북한도 현명한 선택을 했다.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해 실리주의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남북대화 역시 본격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주는 쪽에서 너무 떠들면 안된다. 조용히 주고받는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
북한주민도 배불리 먹을 권리가 있다. 통일로 가는 문이 쌀 지원을 계기로 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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