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이 오히려 채찍”/발음 교정하며 다시금 향학열 지펴/겹치는 피로·회의 “마지막 기회” 극복40세의 가정주부가 뒤늦게 미국에서 법학공부를 해 3년반만에 변호사자격을 얻었다.
승미영씨는 자아성취에 대한 꿈, 그 성취를 사회봉사로 잇고 싶은 욕망으로 겹치는 피로와 회의가 거듭되는 힘든 법대과정을 마치고 지난달 미 캘리포니아주 변호사시험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가 이루어낸 만학의 꿈은 언어장벽에서 비롯됐다. 고교졸업후 미국으로 곧장 유학온 남편 박효방(47·사업)씨는 『서울대도 별것 아니네』라며 서울대영문과를 졸업한 아내를 곧잘 놀렸고 그의 가슴 한켠에는 다시금 뭔가를 배워보고 싶은 향학열이 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큰아이(16)가 학교에 들어가 엄마의 발음을 「교정」해주면서부터 향학의 염은 머릿속에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1년 가족들 앞에 법대진학의 계획을 펼쳐놓았다. 이미 경제적 기반을 잡은 남편은 집안을 푸근하게 지켜주는 「현모양처」를 더 원했다. 그는 무작정 오렌지카운티의 풀러턴 웨스턴법대에 입학, 주3일 저녁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 힘든 것도 잊은채 1년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떨칠수가 없었다. 그래서 휴학계를 들고 학장을 찾아갔다가 『어렵게 시작했으니 계속해라. 지금중단하면 다시는 힘들다』는 말에 힘을 얻고 돌아오기도 했다.
장학금까지 나온 아내의 첫해 성적을 보고 남편은 태도를 바꿔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그래서 그는 2학년때부터 풀타임 법대생이 됐다. 하오8시부터 새벽2시까진 「엄마의 공부시간」으로 묶어놓았지만 시간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공부도 물론 힘들었다. 젊은 미국학생들에 비해 논리전개력이 부족함을 특히 절감했고 늘 시험에 좇기는 꿈에 시달렸다.
지난해 8월 3년6개월의 법학공부를 마치고 금년2월 첫시험을 치렀고 지난달 그에게 합격통지전화가 날아들었다.
승씨는 합격통지의 기쁨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지만 『앞으로 돈에 연연하지 않고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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