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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가는 쌀” 설레는 동해항/이슬비속 밤새워 선적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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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가는 쌀” 설레는 동해항/이슬비속 밤새워 선적작업

입력
199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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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든 주민들 “벅찬 감격” 흥분/습기 안차게 합판설치 등 정성【동해=이현주 기자】 북한에 갈 쌀 첫회분 2천톤이 선적되고 있는 강원 동해항 부두는 22일 새벽부터 전국각지에서 쌀을 싣고 달려온 화물트럭들과 대형 크레인의 움직임으로 종일 부산했다. 날씨는 잔뜩 찌푸려 있었지만 쌀을 옮기는 인부들은 한부대 한부대에 정성을 들이며 밤샘작업을 했다. 24일 쌀을 싣고 북한에 들어가는 첫 국적선이 되는 「씨 아펙스」호 주변에는 주민들이 몰려나와 기대와 설렘 속에 선적작업을 지켜봤다.

▷선적◁

21일 밤 11시께부터 동해항 중앙부두에는 「북한양곡 긴급수송」이라고 쓴 푯말을 단 대한통운 소속 화물트럭들이 강원 고성, 충북 괴산등 전국 10여개 도정공장에서 쌀을 싣고 속속 도착했다. 이슬비로 예정보다 40분 늦은 상오 7시40분께부터 선적이 시작됐고 이날중 절반정도가 선적을 마쳤다. 하오 8시 반께 다시 비가 내려 작업은 간간이 중단됐지만 철야작업으로 선적에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21일 하오 11시30분께 입항한 씨 아펙스호(선장 김예민·38)는 화물창고 바닥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베니어 합판을 까는등 세심한 준비를 했다. 40㎏들이 갈색 쌀부대에는 글씨나 문양등이 새겨지지 않았다.

10년동안 이 부두에서 일을 해왔다는 이득규(45)씨는 『한꺼번에 일이 밀려 정신이 없지만 내손으로 쌓은 쌀을 북한동포들이 먹는다는 생각을 하니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농림수산부와 해운항만청 관계자 50여명이 대책본부를 설치, 선적작업을 지원했고 주민과 보도진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수송◁

씨 아펙스호는 23일중 선적을 끝내고 24일 하오 출항할 예정이다. 이 배는 공해상을 거쳐 하루만인 25일 하오 나진항에 도착, 24시간 내에 하역을 마치고 늦어도 27일 하오 귀항한다. 2회분 8천톤은 30일 낮 12시 목포·군산·마산등 3개항에서 각각 국적선에 실려 출항, 다음달 2∼3일 청진·나진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쌀 수송에는 별 어려움은 없지만 가장 큰 걱정은 날씨. 기상청은 출항일인 24일까지 흐리고 비가 온다고 예보, 관계자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씨 아펙스호◁

분단 이후 최초로 북한항에 들어가는 국적선인 씨 아펙스(SEA APEX)호는 89년 11월 충무 신아조선소에서 건조된 총톤수 1천9백98톤의 컨테이너 화물선. 그동안 1개월에 10번씩 부산항과 일본 시모노세키항 호소시마항등을 운항해 왔다. 길이 90m에 폭 13.6m인 이배는 부산 남성해운 소속으로 선장 김예민씨를 포함, 선원 16명이 승선하고 있다. 이중 2명은 중국조선족 출신 선원이다. 선원들은 생전 처음 북한땅을 밟는다는 생각에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태극기 달고 북한간다니 막중한 책임감”/쌀수송 씨 아펙스호 김예민 선장

『쌀을 첫번째로 선적해 태극기를 달고 북한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씨 아펙스호의 선장 김예민(38·부산 동래구 명륜동)씨는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안전운항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경남 남해군 출신으로 부산 해양고를 졸업하고 곧장 배를 탄 김씨는 18년 경력의 베테랑 마도로스. 6년 선장경력에 씨 아펙스호는 10개월전부터 지휘했다. 항해사 시절에는 구소련과 중국도 여러번 다녔다. 김씨는 20일 하오7시께 일본 나가노세키항을 출발, 부산으로 향하던 중 소속회사인 남성해운으로부터 임무를 받았다.

『선원들이 대부분 10년 경력 이상의 장기근속자들이라 큰 걱정은 안 하지만 휴전선을 통과할 때와 북한 영해안으로 들어갈 땐 특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는 김씨는 『무사히 일을 마쳐 두 아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주겠다』며 기대와 설렘으로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동해=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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