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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만화/기존문화 향한 또 하나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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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만화/기존문화 향한 또 하나의 도전

입력
199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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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계문명·성차별에 날카로운 메스/주인공중심 스토리파괴·상업주의 거부만화에도 신세대 바람이 거세다. 만화가 대중문화의 주요장르로 자리잡은 지는 이미 오래지만 최근 신세대 만화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와 형식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그들은 기존 인물중심의 스토리전개를 거부, 난해하거나 전혀 무의미한 주제를 다루는가 하면 그림에서도 더이상 아름다운 선이나 구도를 고집하지 않는다. 심지어 영화나 문학작품등에 이어 「컬트만화」가 새로운 장르로 등장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은 우선 기성만화의 상업성과 매너리즘을 비판하면서 「예술로서의 만화」 가능성을 모색한다. 신일섭(26)씨는 『영화도 할리우드식 오락영화와 예술영화 혹은 컬트영화가 공존하듯이 만화도 대중적 인기만이 아닌 작품성 자체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존의 형식이나 내용에 얽매이지 않는 컬트만화가 당당히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만을 주제로한 작품을 꾸준히 그리고 있는 강현준(23·여)양이나 인간의 소화기관을 통해 위계질서속의 노동상황들을 묘사하고 있는 최인선(23·여)씨등의 작품에는 기성작가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문명비판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박은예(26·여)씨는 남녀불평등의 문제를 「명절」이라는 작품을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남자들은 TV보고 음식이나 먹고 쉬는데 여인네들은 음식준비 애기보기에 정신없이 바쁜게 명절인지 반문한다. 20대 작가들은 도시·기계문명비판에서 동성애문제까지 작가의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예리한 문제의식을 표현해내고 있다.

기발한 형식파괴작업도 자주 시도되고 있다. 신일섭씨와 강성수(27)씨는 지난 1월부터 주간만화잡지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작품을 공동으로 그려오고 있다. 최동인(25)씨는 지하철안을 배경으로 기계문명속의 인간상실을 그리면서 효과음외에는 대사 한마디 없는 「무성만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도무지 「장사」가 될것같지 않은 이런 만화들에 대해 이미 상당한 독자층이 형성돼 있다. 물론 독자들 대부분도 신세대들이다. 한양대 김일영(22·응용미술4)양은 『젊은이들 사이에 읽고 난뒤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만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만화가들은 작품의 내용만큼이나 출신도 다양하다. 작품활동이 활발한 작가들중 조강연씨는 서울대 조소과, 유시진씨는 동양사학과를 나왔다. 홍승희씨는 홍익대 미술사학과를 나와 동화작가로도 활동중이며 오영진씨는 명지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설계사로 도시문명비판을 주제로한 작품을 그리고 있다.<최서용 기자>

◎신세대만화가 한혜연씨/“만화같지 않은 만화 그릴거예요”/만화로 글 깨우친 생물학도출신/거리낄것 없이 늘 새 형식 시도

한혜연(26·여)씨는 요즘 소위 「잘 나가는」신세대 만화가중 한사람이다.

그 또래가 대개 그렇듯이 한씨에게 만화는 언제나 단순한 재밋거리 이상이었다. 한씨는 만화가 자신들의 세대에 끼친 영향을 『한마디로 어렸을 때는 만화를 읽으면서 한글을 깨우치고 커서는 만화로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한다』고 표현한다.

한씨는 원래 이화여대 출신의 생물학도. 그러나 대학 1학년때 「BLAST」라는 만화클럽에 우연히 가입하면서 이전까지의 보는 대상에서 만화창작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보통 여고생들처럼 책이나 노트의 여백에 기성만화의 예쁜 여주인공을 그려보는 정도가 고작이었던 한씨는 이 클럽에서 『거리낄 것 없이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그리면서 한없는 자유를 만끽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전업작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졸업후 뜻맞는 친구와 함께 전세 3천만원에 20평짜리 작업실을 마련한 뒤 드디어 지난 93년 단편 순정만화 「마네킹」으로 데뷔했다.

『만화는 일단 재밌어야 한다』는 한씨는 코믹물서부터 추리공포물, 「2004년 SEAMAID(인어)」와 같은 SF물, 영어지문 순정만화인 「EVE & ADAM」에 이르기까지 늘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다는 평을 받는다.

만화그리는 작업은 매일 하오 6시 작업실로 출근해 꼬박 밤을 새우며 하기 일쑤이다. 『그렇지만 상사나 동료때문에 스트레스받을 일 없고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만화가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현재 서너군데 월간 만화잡지에 작품을 기고해 월 1백50여만원 정도를 벌어들인다.

한씨는 『될수록 만화같지 않은 만화를 그릴 생각』이다. 『아무리 만화에는 표현의 제약이 없다지만 황당무계한 내용보다는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의 진실이 담겨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뜻이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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