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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의 타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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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의 타결(사설)

입력
199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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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분단된지 50년만에 극심한 식량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북녘동포들을 돕기 위해 우리의 배로 우리의 쌀을 싣고 북행 할 수 있게 됐음은 매우 흐뭇하고 가슴벅찬 일이다.남북한이 5일간의 마라톤협상끝에 쌀지원에 합의, 서명한 것은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은 물론 장차 한반도평화에 크게 기여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더구나 협상결과 당초 정부가 1차로 5만톤을 지원한뒤 10만톤은 추후 북측의 태도를 보아 주기로 한 것과는 달리 15만톤 전량을 한차례에 무상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주기로 하고 10일내에 선적, 운송에 착수하며 쌀포대에 일체의 표기를 하지 않기로 한 것등은 북한의 절박한 사정을 돕고 체면을 살려주려는 배려로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같은 공감을 하면서도 협상방식과 합의, 그리고 내용발표에 몇가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남북간 합의원문은 발표되지 않고 나웅배 통일부총리가 합의사항만 추려서 밝힌 점이다. 마땅히 국민과 국제사회에 전문을 발표했어야 했다.

합의서에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당국자가 서명했다는 것도 그렇다. 어떤 기관, 어떤 직위의 누가 서명했는가 밝혔어야 하지 않는가. 그렇지 않아도 협상대표에 우리측이 이석채 재정경제원차관인데 비해 북한의 아·태 평화위의 부위원장인 전금철이 대표로 나왔었는데 그가 느닷없이 대외경제위원회산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으로 변신, 서명했다면 께름칙하다.

협상방법에 있어서도 북한을 달래기 위한다며 철저한 보안속에 관련부처를 제치고 청와대가 직접 지휘한 것은 어색하기만 하다.

우리는 「조건없이」 주기로 한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이는 지난 84년 북한의 쌀 7천2백톤등의 지원에 대한 답례일 수도 있고 동포구제라는 면에서 인정한다. 하지만 그들이 쌀을 받아 엉뚱한 곳에 사용할 것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군용미로 전용할 수도 있고 주민을 외면한채 김정일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각급 당간부들끼리 독식할 경우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또 쌀지원은 인도적인 정신에 입각, 꼬리를 달지는 않지만 역시 인도적문제인 이산가족상봉과 우성호선원등 억류자들의 송환, 그리고 비정치적인 인적물적 교류에 관해 분명히 촉구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국민앞에 모든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떳떳이 주고 떳떳이 받게 할 때 국민은 이같은 대사업에 더욱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아울러 쌀을 받은 후의 북한의 대남태도를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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