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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에 나가 판단하자/오세훈 변호사(선택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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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에 나가 판단하자/오세훈 변호사(선택의 길목에서)

입력
199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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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간판 외양보다 진실성·자질 평가노력을간간이 비가 뿌리는 휴일, 유세장을 서너군데 돌아보았다. 날씨때문인지 유세장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더욱이 무소속 후보자들의 개인연설회는 맥이 빠질 정도로 썰렁하기조차했다. 선거운동원들의 반응을 들어보았다. 『힘드시죠』 『예, 꼭 한표 부탁합니다』 『선거운동하시면서 힘든게 뭡니까』 『…』이렇게 몇군데서 직접 들어보니 상대적으로 무소속후보들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당추천 후보자들은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기도 전에 기호를 받는다. 소속당의 의석수대로 1, 2, 3번. 그런데 무소속은 등록이 끝나야 비로소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지니 상대적으로 기호를 유권자들에게 기억시키기에 시간적인 손해를 본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데 있어서도 무소속후보는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공개모집이 금지되어있지만 정당추천후보자는 각종행사를 통해 모집과 교육까지 다 끝낸 상태더라. 우리는 보름내에 언제 모집하고 교육하란 말인가』

『정당추천후보자들은 당원교육이다, 당원단합대회다 해서 사전에 선거운동을 다 하는데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열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검토해보니 단순한 피해의식의 산물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불평등한 규정때문에 사실상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도록 되어있어서 음으로 양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 사실이었다. 단순히 무소속의 설움이니 참으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나 특정정당에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억울하면 줄 잘 서지』라고 쉽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게임이건 모름지기 게임이란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패자를 승복시킬 수 있는 법이다.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은 게임의 패자는 절대로 패배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는다. 패자로 하여금 『다음에는 공천을 받아야지』 이렇게 생각하게 하는 선거법규정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불공정의 반증이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번 선거법은 보기 드물게 여야합의에 의하여 마련되고 통과된 「여야의 합작품」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당추천 후보자들에게 유리하도록 교묘히 포장된 부분을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한번 당선될 때마다 지능지수가 10씩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를 듣는 국회의원들이 선거법만큼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실책을 의식해서 이웃 일본의 무소속돌풍이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예견했던 것일까. 만약 실제로 정당들이 당리당략적 고려에서 정당추천 후보자의 당선에 용이한 규정을 만들었다면 결국 국민의 신성한 주권행사를 왜곡시킨 것과 다름이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일이다.

게다가 작금의 한국적 풍토에서 이루어지는 공천의 실상을 보자. 당을 새로 만들고 헤쳐모이라고 해도 군소리없이 따라나설 사람, 탈당을 하고 나갈 때 쫓아와줄 사람, 이것이 사실상의 공천기준이 아니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후보자의 자질보다도 재력과 충성심등이 더 중요한 공천의 척도라고 말하면 지나친 말일까.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정당추천후보자와 무소속 후보자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에서 과감히 탈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공천을 받는 재주가 지역주민의 의사를 대변하고 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하는데 꼭 필요한 재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질은 충분한데 줄서는데 관심이 없는 보석같은 인재가 혹시 우리 고장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서 연설회에 가보라고 유권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섣부른 냉소주의에 흐르기보다는 쟁점을 직접 듣고 비교해보는 재미를 만끽하자. 그래야 경력이나 공천같은 간판으로 가려져 있을지도 모를 실체를 일부나마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수준높은 정치는 그럴만한 유권자에게만 제공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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