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가 아니라 추적이었다.남북 쌀회담이 열리고 있는 베이징(북경)에서 한국특파원들은 김일성사망이후 첫 남북당국자회담을 취재하기 보다는 「도망자」를 쫓는 「추적자」의 신세가 되어야 했다. 한국대표단은 17일 서울―베이징 직항노선대신 도쿄(동경)와 홍콩을 통해 베이징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헛물을 켠 기자들의 맹렬한 추적작업으로 17일 하오 베이징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샹그릴라호텔에서 남북한 대표들이 회담을 준비중인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은 한 남쪽 대표는 『기자들이 국익을 생각해야지』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예정된 회담은 무산됐고 「도망자」와 「추적자」간의 소모적인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그러자 대표단은 대사관을 동원해 트릭플레이마저 펼쳤다. 주중한국대사관측은 17일 밤과 18일 새벽 특파원들 집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18일부터는 대사관에서 회담상황을 브리핑해 주겠다며 국익차원에서 회담장 추적을 삼갈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국익」을 위해서 추적을 자제했던 특파원들은 이날 밤 9시 30분 황병태 주중대사로 부터 『밝힐게 아무 것도 없다. 회담장소도 회담진행내용도 알려줄 수 없다』라는 통고만을 들어야 했다.
이번 회담은 오랜만에 열리는 남북고위급접촉이고 우리의 북한동포가 식량이 부족해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돕자는 회담이다. 국민들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추측과 설만이 난무할 뿐이다. 이번 회담이 밀봉회담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북한측이 대내외적인 입장때문에 공개회담을 완강히 거부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렇다면 비공개회담을 한다 해도 약속대로 회담후 진행상황을 알려 주고 언론이 스스로 보도와 관련해 국익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정부가 말하는 국익을 위하는 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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