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 충격을 주었던 대학교수의 아버지 살해사건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교수가 아버지를 죽인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니며, 살해된 아버지에게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떠도는 소문의 내용이다.15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김성복 사건」3차 공판에서 그의 어머니(60)는 소문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했다. 아들을 위해 법정에 나온 그 어머니는 변호인측 신문에서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한평생 가정생활이 고통스러웠다. 남편은 다른 여자들에게서 두 아이를 낳고, 가족들을 학대했다』고 대답했다.
그 부인의 친정식구중 한사람을 얼마전에 만났는데, 그는 나에게 이렇게 털어 놓았다.
『돌아가신 분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강하게 살았고 사회적으로 좋은 일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는 성격이 불같아서 가족들 위에 폭군처럼 군림했다. 부인은 얻어맞아 고막이 터진 적도 있고, 자살까지 기도했었다. 장남인 성복이는 어렸을 때부터 매맞는 엄마를 구하려고 울며불며 아버지에게 빌다가 저도 얻어맞곤 했다』
그 아들이 아버지에게 품었던 적개심, 한평생의 억제된 분노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그것이 치밀한 준비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태연하게 위장했던 41세의 아들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그가 아버지를 죽인 직접적인 동기는 사업실패로 빚에 몰리고 있었다는 것, 자녀의 수술비를 아버지에게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것이었다.
잊고 싶은 그 사건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그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직접·간접의 원인들이 많은 가정에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가정폭력의 피해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심각한 것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 자신은 그 심각성을 인식못하고, 단순한 성질부리기나 가족훈계로 넘기기 쉽지만, 당하는 가족들은 분노 적개심 살의로 병들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사건은 또 경제적·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 아들은 아버지를 죽일만큼 증오하면서도 아버지로부터 독립하지 못했고, 돈의 힘으로 가족을 통제하는 아버지에게 복종함으로써 아버지 수준의 안락한 생활을 유지했다. 그가 경제적·정신적으로 자립해서 살고 있었다면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 살인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에게 살해된 남편과 아버지를 죽인 아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증언대에 선 그 한 많은 모정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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