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와 익살로 현대인의 불안 대변/작가·배우 1인3역… 「순이」 와 연애도뉴욕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영화를 만드는 유대인 우디 앨런(59)은 뉴욕을 천국처럼 섬기고 있는 뉴요커이다. 그는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문화의 불모지라며 들를 생각조차 않는다.
앨런이 77년에 만든 「맨해튼」(MANHATTAN·UA작)은 앨런의 뉴욕송가로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웃음과 통렬성이 완벽히 배합된 어두운 색깔의 로맨틱코미디로 제목처럼 맨해튼이 주인공이라 해도 되겠다.
맨해튼이 이처럼 아름답고 로맨틱하게 묘사된 영화도 없다. 앨런의 단골 촬영감독 고든 윌리스가 흑백으로 찍어 낸 맨해튼은 가슴이 터질듯이 낭만적이고 가득히 내리는 안개비처럼 신비하다.
앨런이 이 작품을 만들 때는 자신의 장기인 조잘대는 단문의 해학을 버리고 보다 원만하고 다양한 인물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할 때였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전의 작품에 비해 길이와 통찰력이 훨씬 유연하다.
성공한 TV 드라마작가 아이작(우디 앨런)과 그의 틴에이저 애인 트레이시(매리엘 헤밍웨이), 그의 전처(메릴 스트립), 친구, 또 다른 애인 매리(다이앤 키튼)등 뉴요커들이 엮어내는 사랑과 삶의 편린들의 이야기이다.
유머와 지성을 갖춘 영화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촬영과 음악이 경이롭다. 윌리스는 이 영화를 앨런의 아파트 테라스에서 찍었는데 이 도시의 보도와 벽에 묻은 검댕과 돌멩이 하나까지 정성껏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 내내 조지 거슈윈의 노래가 흐르는데 음악은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뉴욕필하모닉이 연주하고 있다.
앨런은 카메라 가는대로 또 배우들 연기하는대로 가만 내버려 두는 식으로 연출, 작품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
성긴 머리칼과 볼품없는 체구, 그리고 안경 속의 겁먹은 눈동자와 변명하는듯한 음성을 지닌 앨런은 신경과민적이고 혹사당하는 현대 도시인의 불안의 대변자이다. 날카로운 경구와 익살과 해학 그리고 냉소적인 풍자와 개그의 언어를 조자룡이 헌 창 쓰듯 한다.
앨런은 10대 때부터 코미디언과 TV칼럼니스트를 위해 농담을 쓰기 시작했다. 이어 술집과 무대와 스크린배우로 활약하다 69년 갱영화를 풍자한 「돈 갖고 튀어라」로 감독에 데뷔했다.
감독 각본가 배우의 1인3역을 하는 앨런의 첫 빅 히트작은 자전적 러브스토리인 「애니 홀」(77년). 언어와 스타일에서 종전의 작품보다 훨씬 성숙된 작품으로 아카데미 작품·감독상 등을 받았다.
실험정신이 강한 앨런은 심각한 「인티리어즈」 같은 영화에서도 탁월한 독창성을 발휘했다. 80년대 들어 기억에 남는 영화는 「한나와 자매들」과 「범죄와 비행」.
앨런은 몇년전 동거녀인 미아 패로가 입양한 한국계 순이와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계에서 파문을 당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그에 대한 배척은 올해 그의 작품 「브로드웨이의 총알」이 7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면서 끝이 난 셈이다.<미주본사 편집위원>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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