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유물통해 발달과정 한눈에/전통한지의 그윽한 향기와 만남도종이신발, 종이주전자, 종이갑옷…. 종이로 만든 새 상품들이 아니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조유전) 이 마련한 「종이문화대전」에서 만날 수 있는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와 슬기가 밴 종이공예품들이다. 7월10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회는 종이발명 이전의 대용재료(서사·서사)부터 종이가 발명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종이의 발달 과정을 3백여점의 유물과 사진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서양종이에 밀려 사라진 우리 전통종이 한지의 역사와 다양한 용도도 살필 수 있다. 「종이의 역사」, 「한지 만들기」, 「종이의 쓰임새」, 「종이와 민속」, 「한지와 현대생활과학」등 주제별로 전시장이 꾸며져 산 교육장이 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마주치는 유물은 종이대용으로 쓰이던 목간, 죽책, 죽간등. 쪼갠 대나무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글씨가 촘촘히 새겨진 이 유물들은 종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한지 만들기」전시장에서는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한지제작과정을 보며 새삼 놀라게 된다. 닥나무를 베어 껍질을 벗겨 말린 다음 쪄서 닥섬유를 만들고, 발틀로 종이를 뜨기까지 무려 27번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렇게 공들여 만든 종이인 만큼 한지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부채나 우산, 연, 반짇고리, 종이를 손으로 꼬아서 만든 망태기나 바구니, 안경집, 요강, 버드나무틀에 종이를 발라 만든 채독, 왕비의 옷본으로 만든 적의본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윽한 향기를 지니고 질감과 빛깔이 좋은 한지는 무당의 제례행위에 사용되는 무구로 많이 쓰이는등 신성하게 여겨졌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이관호씨는 『한지는 만들기가 어렵지만 한지 특유의 아름다움을 살린 문화상품을 만든다면 충분히 경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천여년의 역사를 지닌 한지는 서양종이가 들어온지 불과 1백년만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나마 남아 있는 20여명 안팎의 지장(종이제작기술자)중 인간문화재는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734―1346<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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