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당 1원에… 「선인수 후정산」 방식유원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16일 유원건설의 인수자로 한보그룹을 최종 선정하고 이날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철수 제일은행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유원건설의 주식 3백12만주(50.05%)를 한보그룹의 정태수 총회장과 정보근 부회장 한보철강 (주)한보등에 주당 1원에 넘겨주었다고 밝혔다.
한보그룹의 유원건설 인수는 이른바 「선인수 후정산」방식에 따라 인수계약을 체결한 후 유원건설에 대한 실사를 거쳐 구체적인 인수조건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일은행은 인수조건으로 기존의 금융기관 여신(5월말 현재 5천4백18억원)중 80%에 대해 일정기간동안 연 9%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며, 나머지 20%에 대해서는 이자를 유예해주는등 금융조건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한보그룹은 이같은 금융조건 완화에 의해 연간 4백50억원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자유예기간은 유원건설의 자산 및 부채에 대한 실사후 확정할 예정이며 자산초과 부채부분중 70%를 제일은행이 책임지고 나머지 30%는 한보그룹이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한보그룹은 경영권 인수와 함께 유원건설의 수주액을 올해 3천억원으로, 내년에는 1조4천억원으로 신장시키기로 했다. 또 신규대출에 대해 부동산담보를 제공하며 3백억원의 증자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제일은행과 한보그룹은 또 유원건설의 경영이 정상화할 때까지 경영에 공동 참여하고 법정관리신청을 조기철회하기로 했다.
◎부실기업 처리 민간차원 “새장”/유원건설 인수 의미·배경/한보 재력·실적·호조건으로 막판 대성 따라잡아
한보그룹의 유원건설 인수는 한보의 건설회사 경영경험과 재력 및 사업능력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이 평가됐기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한보가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대성산업에 비해 비교적 좋은 인수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제일은행이 한보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그동안 유원건설의 최종 인수자를 선정하기까지 엄청난 고민과 진통을 거듭해왔다. 실제로 막판까지도 은행 안팎에서는 대성산업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돼 한보의 유원인수 결정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한보그룹은 지난 91년 수서택지 특혜분양사건이후 기업이미지가 추락해 당초 유원건설 인수업체로 거론될 때부터 그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유원건설인수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채 은행이 스스로 처리·결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산업합리화방식에 의한 부실기업 인수가 정부주도하에 이뤄져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특혜시비를 피할 수 없었던데 비해 이번 유원인수는 은행과 인수업체간의 순수 민간차원에서 상업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부실기업인수의 새로운 방식이라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유원건설의 제3자 인수방침이 지난 3월22일에 발표된후 최종 인수자 선정에 거의 3개월가량이 소요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때문이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한보 어떤 회사인가/「수서사건」극복 재계 18위 약진/아산만 철강단지 등 공격 경영
유원건설을 인수해 다시 한번 재계를 놀라게 한 한보그룹은 「수서사건」에서 기사회생한 이후 거듭되는 공격경영으로 재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기업이다. 불과 4년만에 10대그룹을 넘볼 정도로 약진하고 있는 한보를 재계는 미스터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보는 74년 말단 세무공무원출신인 정회장이 설립한 한보상사를 모기업으로 출범했다.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단지를 시작으로 아파트건설에 주력하면서 성장을 거듭했고 76년 한보주택, 79년 한보종합건설을 설립해 건설전문회사의 골격을 갖췄다. 84년에는 금호의 철강부문을 인수해 한보철강을 만들면서 오늘날 아산만 철강사업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보의 저력은 파국으로 치달았던 수서사건이후 더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선 한보는 수서사건직후 밀려드는 어음결제의 파고를 용케 극복했고 한동안 이선으로 물러났던 정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신규사업진출등 하나둘씩 「사건」들을 만들었다. 93년7월 연간 매출4백억원대의 상아제약을, 94년7월에는 삼화신용금고를 인수했다.
한보의 공격경영이 만들어낸 「사건」가운데 압권은 아산만 철강단지사업이다. 96년까지 모두 4조3천억원이 투입되는 아산만 철강단지사업을 여러가지 신규사업을 벌이면서도 꾸준히 추진해온 것이다. 단지규모는 매립부지 80만평을 포함해 모두 90만평. 첨단시설과 화력발전소, 전극봉공장까지 갖추고 쇳물에서부터 제품까지 생산하는 모든 공정을 망라하는 민간 최대규모의 아산만 철강단지가 완공되면 철강업계에서 한보의 랭킹은 현재 5위권에서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한보그룹은 올해 자산규모로 국내 18위의 재벌기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1조6천억원에서 1년사이에 3조원을 넘겨 지난해 28위에서 열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올해 한보그룹의 매출목표는 4조4천억원. 지난해 실적의 4배에 해당한다. 철강 건설 에너지부문을 3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한보는 철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96년이후에는 10대 재벌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재렬 기자>이재렬>
◎한보 막대한 자금 어디서 나오나/융자·사채등 정회장 직접조달/처분가능 개인 재산 1조원대
한보의 잇단 공격경영의 뒷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지난 91년2월 수서사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한보그룹이 잇달아 신규사업에 진출하고 16일에는 유원건설까지 인수하자 한보그룹의 자금조달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보는 수서사건직후 밀려드는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법정관리라는 편법으로 간신히 지탱했던 회사. 당시만 해도 한보는 스스로 일어설 수 없는 잊혀질 기업쯤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한보는 93년부터 3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무려 9개기업을 인수하거나 신설했다. 이같은 기업인수나 신설도 매년 5천억원씩 모두 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아산만철강단지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뤄졌다는데 재계는 놀라고 있다.
한보의 돈줄에 대해서는 유력인사가 후원하고 있다는등 갖가지 소문이 무성하나 한보측의 설명은 간단하다. 한보측은 그동안 인수하거나 설립한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아 1백억원안팎의 자금밖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50억원이상을 투입한 상아제약과 한보상호신용금고의 경우에는 정태수 총회장이 개인자금으로 인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회장은 수서사건직후 종업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던 한보주택에 매달 4억∼5억원의 운영자금을 직접 공급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90년부터 돈을 들이기 시작한 아산만철강단지의 경우 전체 소요예산 4조원중 정부융자 80%에 나머지 7천억∼8천억원만 자체 조달한다는게 한보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사채 3천억원, 해외전환사채로 5백억원등 모두 5천억원가량을 직접 조달했다는 것이다. 또 철강경기 호황과 함께 지난해 1천억원의 흑자를 내 이 자금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보그룹의 실질적인 돈줄은 그러나 세무공무원 출신에 재무관리에 능하다는 정회장 개인의 능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회장이 사업을 위해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은 모두 1조원대에 달한다고 한다.<이종재 기자>이종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