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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50년 종전50년/정몽준 국회의원(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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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50년 종전50년/정몽준 국회의원(특별기고)

입력
199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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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무릎꿇어 반성하고/유럽선 대규모 행사벌이는데/아태국가도 기념행사 갖고/진정한 일 사죄 촉구하자올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종전 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기뻐해야할 아시아·태평양지역은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차 세계대전은 참혹한 것이었고 수천만의 희생을 가져왔다. 이 많은 고통과 희생을 치른끝에 얻은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 유럽에서는 종전 50주년의 중요성과 교훈을 되새기는 많은 행사들이 벌어지고 있다. 수십만명의 육·해·공군이 동원되어 1944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대로 재현했고 모스크바에서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유럽의 정상들이 모여 성대한 기념행사를 가졌다.헬무트 콜 독일총리도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전범국 독일의 총리가 승전국 정상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전후 반세기만에 처음이다.

그런데 중요한것은 유럽에서 이같은 장면이 가능했던 것은 독일의 전후처리가 진실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브란트 총리가 유태인들의 묘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한 것은 벌써 25년 전의 일이다.

유럽 이상의 큰 희생을 치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종전의 의미와 교훈을 되새기는, 전체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역내 행사가 없는 것은 유감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간에는 아직도 2차 세계대전의 책임을 둘러싸고 심한 견해의 차이가 있다. 이는 위험스러운 일이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아시아의 미래를 걱정하게 할 정도이다.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벌써 50년이 되었지만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럽안전보장협력회의(CSCE)같은 집단 안보체제가 형성돼 있지 않다.

일본은 최근 미국의 핵폭탄 투하를 클린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은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미국은 전몰용사의 추모 행사를, 진주만 공습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하와이에서 대규모로 벌일 예정이었으나, 일본의 반대로 참석자와 행사 규모를 축소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본의 사과와 반성이 허구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평양전쟁은 아시아 해방전쟁이었고, 전쟁을 일으킨 게 잘못이 아니라 전쟁에서 진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까지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정리의 중요한 이벤트로 삼아 관심을 모았던 국회에서의 침략사죄 결의도 그내용은 수준이하이다.

그러면 2차 세계대전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아시아의 민족주의와 미국의 민주주의가 힘을 합쳐 일본의 군사제국주의에 대항해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만이 인류 전체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의 원인제공자인 일본이, 전후에 형성된 세계질서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차라리 역설적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상들이 모여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되새기는 종전 50주년 기념행사가 아시아에서도 열려야 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 미국등 당사국들과 협의해 이러한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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