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권론」·「TK정서」 등 공방 가열/득표이해따라 “망국병” 비판속/투표결과에 결정적 변수 여전지난 71년 대통령선거이래 각종 선거에서 지역감정은 항상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번 지자제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지역감정의 표출양상과 이를 포장하는 용어가 과거와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과거의 지역감정은 영호남의 양대지역 대립구도였다. 이 대립구도에 의한 지역감정의 소용돌이는 국민들의 민주화 염원이나 수평적 정권교체열망을 속절없는 것으로 만들고 30여년간의 「지역 패권주의」를 가능케 했다.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이 「지역등권론」을 내세우면서 불붙기 시작한 지역분할구도 논란은 이같은 「한 지역패권주의」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을 띠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또 다른 지역감정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김이사장의 지역등권론이 담고있는 정치적 함축은 간단하다. 민주당의 노무현 부산시장후보가 지난 15일 한 연설회에서 지적한대로 『호남과 충청, 대구―경북이 끼리끼리뭉쳐 부산(경남)정권을 고립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김이사장의 지역 등권론은 각 지역이 권력을 균등하게 나눠갖고 각자의 권리를 바탕으로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역등권론은 지역패권주의와 지역차별주의 그리고 망국적 병폐인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우회적 방법론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등권론에 기초한 지역분할구도는 지역할거주의를 더욱 부채질하고 국민분열을 가속화시킬 우려와 함께 강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국가의 통일성과 국민통합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비난의 선봉은 물론 민자당이다. 그러나 김이사장의 지역분할 구도에 대한 여권의 비난과 반박 역시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지적들이다. 민자당은 연일 유세전에서 김이사장의 등권론과 그의 정치활동재개에 대해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영호남대립구도의 수혜자인 여권이 예전의 정치구도로 복원해 표의 이탈을 최대한 막아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지역분할구도에 대한 반론은 민주당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분할구도속에서는 설 땅을 찾기힘든 이기택 총재는 비호남지역 유세에서 연일 김이사장의 등권론 및 지역분할구도를 비난하고있다. 당내의 개혁그룹세력인 이부영 부총재 역시 『김이사장의 지역등권론은 단기적 득표전략에 불과한 또다른 지역할거주의』라며 부작용을 경계하고있다. 또 그동안 부산시장선거전에 선전해온 노무현 부산시장은 등권론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게되자 김이사장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이사장이 직접 민주당의 유세지원에 뛰어들면서 지역분할구도와 지역감정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있다. 여기에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충청도 핫바지론」을 들고나와 충청도의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고있는 상황이다. 김총재는 집중적으로 충정지역의 「녹색바람」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대구·경북 지역의 TK정서논란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심화되고 있으며 강원지역에서도 「강원무대접론」이 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있다.
어쨌든 지자제선거의 결과는 지역등권론 또는 지역분할구도논리가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전이 사실상 여야간 지역분할구도에 대한 공방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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