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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정치/노진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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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런 정치/노진환 정치1부장(데스크 진단)

입력
1995.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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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원로 정치인 한 분은 자신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던 5공시절 기자를 만나면 곧잘 이런 말을 했다. 『정치란게 별건가. 국민을 적당히 속여 먹는 일이지』 듣기에 따라서는 해학적이다 못해 냉소적인 느낌마저 풍기는 이같은 단정은 당시 시대상황의 정곡을 꿰뚫는 표현이었다.십수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까지 고인의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들어 이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정치판에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는 간데없고

이른바 주민자치를 위한 6·27지방선거가 유세과정에서 정권교체니 중간평가니, 심지어는 내각제개헌주장등이 난무하는 정쟁으로 변질돼 당초의 「자치」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마치 정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한다.

모두들 입만 열면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불식을 외친다. 그러나 목전의 이익앞에서는 눈을 감아버린다. 오히려 한술 더 뜬다. 『경상도 사람이 충청도 사람을 핫바지로 부르는 이유는 아무렇게 취급해도 아무말도 없기 때문』이라며 무슨 「핫바지론」까지 등장시켜 표를 구걸하는 판이 되고 말았다. 한심한 생각에 앞서 안타깝다는 느낌마저 갖게한다.

혼란스런 상황은 또 있다. 시중에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의 정치복귀여부를 둘러싸고 시비가 분분하다. 『민주당의 어려운 사정과 후보자들의 빗발치는 요청에 당원 도리를 다하려 유세에 나섰을뿐 정계복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게 측근들의 해명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유권자 어리둥절

더러는 김이사장이 평소에 좌우명처럼 얘기했던 『나는 무엇이 되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지금 「어떻게…」보다 「무엇이…」쪽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이밖에도 혼란스런 국면은 또 있다.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비난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이번에는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을 적극 편들고 나섰다. 여당측이 김이사장의 유세참가를 정치재개라며 시비걸고 나오자 『정치를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그 분의 선택』이라고 가로 막고 나선 것이다.

비록 이들의 제휴가 김영삼 대통령을 포함한 3김시대를 현실정치의 뒷장으로 넘기려는 권력핵심부에 맞서 생존영역을 확보하려는 일시적 연합이라고는 하나 이쯤되면 혼란의 정도는 극치에 달한다.

어디 그 뿐인가. 정치판엔 영원한 동지도, 또 영원한 적도 없다는 얘기를 실증이라도 하듯 어제의 동지였던 민자당지도부와 김자민련총재가 주고받는 독설공방 또한 가관이다. 『3당 합당은 구국의 결단』이라고 기꺼워했던 두 집단간의 공방은 자칫 정치를 희화화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냉정히 심판하자

이제 투표일이 정확히 10일 남았다. 생선을 훔칠 고양이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생선을 지킬 곳간지기를, 군림할 상전을 고르는것이 아니라 충실한 머슴을 뽑는 행사여야 한다.

두눈을 부릅뜨고 크게 보자. 패권론과 등권론, 그리고 핫바지론의 허실을 심판하는 것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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