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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골주의 상징으로 부각/시라크 핵실험재개 선언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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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골주의 상징으로 부각/시라크 핵실험재개 선언배경

입력
199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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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 조약전에 기술향상 의도/영·독과는 모종의 교감있은 듯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13일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 데는 다목적의 계산이 깔려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반발이나 국내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재개로 얻는 전략적 정치적 실리적 효과등이 국내외 반발과 비난을 상쇄시킬만큼 크다고 보는 것이다. 우선 안보면에서 핵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하반기 체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국제적인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에 적극 협력해야 하는 입장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지상·지하등 실제 핵실험을 일절 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이 데드라인 이전에 핵실험을 통해 미진한 핵기술의 개발을 완성시키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 10여년간 「팔랜계획」이라는 실험실내 모의 핵실험 연구를 꾸준히 추진해 왔다. 컴퓨터와 레이저를 이용하는 이 실험은 실제 핵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보르도지방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1백억프랑(약 1조5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이 사업은 2003년께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 모의실험체제는 실제 실험에 비해 그 효과가 떨어지고 특히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없다는 내재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현재 보유중인 핵무기들이 노후해 오는 2010년을 고비로 프랑스의 핵무기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특히 잠수함 발사용 핵무기등 미래형 무기는 미국등에 크게 뒤져 있어 실제 실험은 필수적이라고 군부와 민간군수업계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따라서 앞으로 모의실험 단계에 들어가기전에 실제 핵실험을 마무리, 핵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적으로 논란이 있는 핵무기의 신뢰성을 검증하려는 것이 시라크의 1차적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핵실험 재개선언의 배경에는 미국과 맞서 유럽의 단합을 강력히 밀어붙이려는 시라크의 국제정치적 의도도 있다.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선언에 가장 난감해 하는 측은 미국이다. 영국등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크게 문제삼을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라크는 취임후 콜 독일총리, 메이저 영국총리등과 만나 유럽의 중흥을 위한 협력방안을 다각적으로 논의했다. 이번 핵실험 재개와 관련, 프랑스와 이들 국가들간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시라크의 핵실험 재개 결정은 또 그가 표방해 온 신드골주의의 상징적 표출사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사회당 출신의 전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도 92년 핵실험 중단결정후 군부등으로부터 끈질기게 실험 재개압력을 받았으나 끝내 버텼다.「강력한 프랑스의 영광회복」을 외치는 시라크가 취임하자 마자 이를 일거에 뒤집은 것은 앞으로 프랑스의 대내외 정책기조가 크게 선회할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 60년 최초로 핵실험을 지시한 샤를 드골 대통령의 드골리즘을 시라크가 분명히 이어받고 있음을 이번 선언은 보여준다.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결정은 국제적인 핵확산 금지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미국 러시아등 92년 프랑스의 핵실험 중단에 발맞춰 그간 핵실험을 중단해온 국가들도 유예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한 「핵클럽」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이란 이라크 파키스탄 북한 등의 핵개발 야욕을 부추길 위험성이 커지는등 일파만파의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

◎불핵실험재개 각국 반응/러시아/“NPT정신 위배… 악영향 숙고를”

세르게이 메드베제프 러시아 대통령공보비서는 14일 프랑스정부의 핵실험재개 결정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프랑스정부에 대해 핵실험 재개로 파생될 부정적인 결과를 다시한번 숙고할 것을 촉구했다. 메드베제프 공보비서는 이날 이타르 타스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정부가 이미 4년동안 핵실험을 동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핵보유국들이 핵실험동결약속을 위반하는 것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정부의 조치는 다른 핵관련 협상과 대량살상무기 폐기 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핵실험 금지조약 협상에 영향없다”

영국은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결정이 CTBT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외무부의 한 대변인은 『프랑스의 발표내용을 보면 핵실험은 극히 제한적인 것』이라며 『제한적인 핵실험 계획이 향후 CTBT협상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제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CTBT의 조기 체결』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프랑스의 의지는 NPT회의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또 『핵실험 유예에 관한 영국의 정책은 불변』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의 핵실험 유예조치가 계속되는 한 영국도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호·뉴질랜드/“불과 군사협력 동결 등 불가피” 반발

프랑스의 핵실험 장소인 남태평양의 무르로아섬과 인접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프랑스와의 군사협력관계를 동결하는등 핵실험재개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폴 키팅호주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에게 핵실험 불가 입장을 거듭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상황에서 프랑스와 방위분야의 협력수준을 동결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짐 볼저뉴질랜드총리도 『태평양해상에서의 구조작업과 유엔평화유지군 활동등 인도적 목적을 제외한 프랑스와의 모든 군사협력관계를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맥키넌 외무장관은 프랑스의 이번 결정을 「나폴레옹같은 오만」이라고 비난하면서 집무실을 방문한 자크 르 블랑 뉴질랜드 주재 프랑스대사의 접견을 거부했다.

◎미국/“크게 실망” 백악관·국무부 잇단 성명

미 백악관은 프랑스의 핵실험재개 결정에 크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프랑스가 내년까지 포괄핵실험금지조약(CTBT) 체결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핵실험을 중단했고 다른 주요 핵강대국들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으나 프랑스가 실험재개 결정을 내려 크게 실망했다』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미국무부측도 『핵실험유예조치는 CTBT 협상 촉진에 있어 가장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프랑스의 조치에 아쉬움을 표시하고 그러나 『지난 4월 핵확산금지조약(NPT) 검토회의에서 보여준 프랑스의 CTBT 협상의지에 감명받았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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