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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연자세 유지케 「배려」를”/정부대북인식 전환 필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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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유연자세 유지케 「배려」를”/정부대북인식 전환 필요론

입력
199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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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DO대좌 남북대화 연결전략 시급/미·일 대북관계개선관련 대책도 세워야미로를 헤매던 대북 경수로협상의 타결은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이 북한과 함께 해야할 일들이 크게 많아졌음을 예고해준다. 10년 가까이 계속될 경수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의 대외관계는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한·미·일 3국을 축으로 한 주변국들은 우선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북한의 태도변화를 북한의 향후 대외정책의 수정 가능성과 연계시켜 파악해 볼 필요성이 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한국형경수로와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의 깊게 짚어봐야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의 바탕 위에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3일 북·미간 공동합의문 발표가 끝난 뒤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교부부부장이 자청한 기자회견 발언을 분석해보면 보기에 따라서는 이번 회담이 북측에 굴욕적인 것이란 느낌을 갖게 한다. 핵무기 개발을 무기로 벼랑끝전술로 일관하면서 「할테면 해보자」는 식으로 나오던 태도가 크게 변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형이 아니면 안된다던 억지도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손을 벌리는 형국을 자인하면서까지 추가 부대시설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북한이 체제유지 차원에서 그렇게도 소중하게 여기던 명분보다는 실리를 취하겠다는 목적의식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지난번 베를린 경수로 전문가회담을 결렬시킨 완강하던 태도에 비춰볼 때 큰 변화라 할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와 함께 항상 적대감을 보여왔던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원색적인 비난을 자제한채 『경수로사업으로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우선주의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우리의 대북정책도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담과정에서 나타난 북한의 태도변화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적절한 배려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우리는 빠르면 6월말께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핵심성원 자격으로 북한과 후속 경수로공급협정 체결협상에 나서야 한다. 다소 형식은 다르지만 지난해 김일성 사후 조문파동으로 중단됐던 남북간 직접 대좌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런 기회를 남북대화의 분위기 조성에 활용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가 미·일을 포함한 주변국들과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예측, 한반도 차원의 종합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경수로협상의 교착으로 주춤해진 주변국들의 대북관계 개선속도가 빨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태도변화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일 가능성도 있다. 우리의 대북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북한의 태도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드러난 작은 변화의 단초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같다.<콸라룸푸르=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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