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념·체제문제는 이젠 옛이야기”(중국리포트:8­2)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념·체제문제는 이젠 옛이야기”(중국리포트:8­2)

입력
1995.06.14 00:00
0 0

◎젊은이들 「서구화 열병」/돈벌이·유학·좋은 직장­배우자선택 인생 최대목표/홍콩 배우·가수 더 관심… 「방황하는 젊은층」 급격확산/농촌서도 수천만 무작정 「상경」… 체제불안 요소로『젊은이는 우리의 미래이다. 이들이 K―TV(가라오케)만 쫓아다닌다면 우리의 앞날은 암담하다. 나는 그들이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자신의 삶과 인민의 삶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기를 바란다』 리런신(이인신) 런민르바오(인민일보)부총편집인.

『대학생활은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다. 모름지기 대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야한다.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애국정신을 가르쳐야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못한 경우가 많다』 베이징(북경)대 쭈치자오 교무부처장.

베이징에서 만난 두 중국지식인의 짤막한 얘기는 중국 젊은이의 현주소를 우회적으로 설명해 주고있다.

78년 개방·개혁정책이후 중국전역이 변혁의 격랑에 휩싸여있듯 젊은이도 예외는 아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간에 머리속의 대부분을 차지하고있던 이념과 체제의 문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지금은 돈벌이, 유학, 좋은 직장, 훌륭한 배우자찾기, 홍콩대중가수의 달콤한 노래가사들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있다.

오늘의 중국에는 내일을 준비하는 젊은이보다는 좌표를 잃고 방황하는 젊은이가 점점 더 많아져 가는 것도 틀림없는 현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기회의 불균등과 상대적 박탈감이다. 대학은 물론 좋은 직장역시 극소수에게만 열려있다. 개혁개방으로 기대치는 높아졌으나 이를 실현할 수단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서 오는 젊은이의 좌절이 크다.

이들중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대학생의 최대관심사는 돈벌이와 취직 그리고 유학이다.

이방인들은 중국대학생들의 관심사로 89년 천안문사태와 연관지어 정치적 불만을 쉽게 떠올리지만 의외로 이 문제는 대학생들의 관심에서 많이 밀려나있다. 중국정부는 문화 경제등 많은 면에서 대학생에게 특혜에 가까운 우대를 하고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정치참여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민감해 천안문사태에 참가했던 일부 대학생에게는 졸업후 오지의 직장에 배치하는등 불이익의 채찍을 아직도 놓지 않고 있다.

돈벌이에 관한 관심은 중국내 어느 계층에나 일반적 현상으로 대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관광가이드, 외국회사에서의 번역, 1시간당 10위안(원)정도 받는 가정교사등이 주종이다.

또하나의 희망은 유학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 자비유학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국비유학은 바늘구멍같은 기회때문에 쉽지않다. 그래서 중국탈출의 꿈을 이루기위한 이색풍속도 생겨났다. 바로 국제결혼이다. 중국에 유학온 서구의 남자유학생들은 중국여대생의 집중공략대상이기도 하다.

직장은 학력에 관계없이 외국인기업과 수도강철등 탄탄한 국영기업이 제1순위로 꼽힌다. 특히 지난해 입학생부터는 졸업후 국가에서 직장을 배정해주는 제도가 사라져 취직도 완전히 경쟁체제가 됐다.

젊은이들의 직업관은 그들의 의식을 반영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중국젊은이가 제일로 치는 것은 직장의 성장가능성과 고임금이다. 해외연수기회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탈정치화와 반비례해 대중문화에 대한 몰입은 놀라울 정도이다. 창구는 홍콩의 대중가수와 영화들이다. 어디에서나 젊은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류떠화(유덕화) 짱쉬에요(장학우) 꿔푸청(곽부성)같은 홍콩가수의 가요다. 본토의 헤이바오(흑표)등 서구음악을 연주하는 가수들도 인기를 얻고있다.

도시젊은이에게는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가난한 농촌젊은이에게는 군이 여전히 최고직장으로 통한다. 신분보장은 물론 제대후 직장을 보장해 주는 까닭이다.

그러나 고향에서 별 직장도 구하지못한 대다수의 농촌젊은이는 매년 수천만명씩 무작정 도시로 몰려나온다. 이들의 직장과 신분은 극히 불안정하다. 이주민이란 이유로 아무런 사회보장혜택도 받지못할 뿐더러 직장역시 주로 건설공사장 식당 등 임시적인 일자리뿐이다.

도시빈민층이 된 이들은 극심한 빈부격차현상에 대한 불만이 적지않다. 천안문사태를 일으켰던 대학생보다 이들이 체제불안요소로 커가고 있다.<베이징=이동국 기자>

◎돈 많이 있어야 최고 신랑감/자영업자 등 선호… 학력·외모는 그다음/맞벌이 신부감 인기… 독신주의도 확산

베이징(북경)대 국제정치학과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료우싱(유성·25)씨.그는 지난 92년 대학졸업후 직장에서 만나 3년동안 사귀며 결혼까지 기약했던 한살 연상의 여자 친구로부터 최근「그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았다.

결별의 주된 이유는 유씨가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이다. 유씨가 다니던 국영기업은 각종 복지혜택과 주택문제등을 해결해주지만 직장을 그만두고 학교로 되돌아가면 이같은 혜택을 포기해야한다.

또 장차 학자가 될 경우 받는 월급도 6백-8백위안(한화 6만-8만원) 수준에 불과해 기업체에 비해 훨씬 적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유씨는 짐작한다.

사회의 변화는 중국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바꿔놓고 있다. 연애 및 결혼관도 또한 크게 바뀌어가고 있다.

여성의 배우자 선호도 1위는 50년대엔 군인, 60년대 노동자, 80년대 지식인, 그리고 90년대에는 단연 「경제력있는 남자」이다.

즉 거액 주식투자가와 개체호(자영업자), 외국인 회사 직원, 요리사, 택시운전사, 은행원등이 요즘 중국에서 인기있는 신랑감이다.

한 표본조사에 의하면 중국여성가운데 64%가 배우자 선택기준으로 경제적인 능력과 생활수준, 주택 조건을 내세우고 그 다음으로 지적수준과 외모를 꼽았다.

남성들은 품행이 방정하고 온화하며 센스있는 여성을 좋아한다.남성의 경우 중국의 전통적인 정조관념이 여전히 중시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남성들도 맞벌이를 선호하는 경향이다.혼자 벌어서는 생활하기가 힘들고 장차 좀더 여유있는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중국 여성들의 결혼관은 남성들에 비해 비교적 개방된 편이다.좋은 교육을 받은 여대생은 물론이고 교육수준은 낮지만 미모를 이용해 가라오케나 안마시술소등에서 돈을 버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외국으로 나가는 풍조」가 유행하여 여성들이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고 특히 지난 88년 중국정부의「국제결혼 등록규정」공포로 외국인과 결혼하는 여성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으로 가정에 얽매이는 것을 원치 않아 자영업자나 화이트칼러 계층에서 독신주의가 유행하고 있다.

광둥(광동)성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성에 살고 있는 독신녀들은 대부분 25세이상 지식인과 개체호 여성, 집안이 부유한 여성등으로 나타났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연애는 쉬우나 결혼은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만나지만 결혼은 무척 신중하다. 대학생의 경우 캠퍼스데이트가 대부분이고 영화구경은 큰맘먹고 하는 데이트라고 한다.

연애상대자로 남성은 미모를 제일 순위로 꼽고 여성은 돈이 많고 출국가능성이 높은 남성이 인기. 시골출신 여학생들에게 도회생활을 보장하는 베이징출신 남학생은 특히 선망의 대상이다.

『대학생의 경우 3, 4학년이 되면 반절이상이 짝을 이루지만 졸업무렵이면 직장과 집안문제등으로 거의 헤어지고 만다』는 유씨의 말처럼 중국 젊은이들사이에 「연애 따로, 결혼 따로」풍조가 만연돼가고 있다.<베이징=김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