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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인간에게 어머니같은 존재/최창조(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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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인간에게 어머니같은 존재/최창조(녹색칼럼)

입력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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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지」가 곧 상생의 길기본적으로 풍수가 바라보는 시각은 땅이 곧 어머니란 것이다. 우리가 태어난 곳이고 의지해 살아갈 곳이며 죽어 돌아갈 곳이 바로 땅이다. 그런 어머니를 지금 우리들은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 그저 철저히 이용하고 소유하다 용도가 끝나면 버리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땅을, 이 자연을 흙과 돌덩어리의 집합인 단순한 물질로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빚어진 비극이다. 어머니로 인식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이용의 대상, 소유의 대상으로 땅을 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감히 입만 벌리면 어머니인 땅, 살아있는 자연이란 소리를 창피도 모르고 떠들어온 우리들이다. 물론 극도의 물질주의자들 중에는 땅을 어머니로 인식하는 풍수적 사고 자체를 모성회귀적인 유아병적 사고로 매도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머니인 땅을 우리는 지금까지 어떻게 대접해 왔나. 그 품에 안겨 젖을 빨고 살던 전원적 조화의 시절은 근대화와 함께 종말을 고한지 오래다. 근대화란 괴물은 땅인 어머니를 급격하고도 파렴치하게 때에 따라서는 패륜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못 살게 굴었다. 그 살을 파헤치고 그 뼈를 깎아내며 포악성을 보였다. 어머니인 국토는 지금 사경을 헤매는 중환자다.

지금 우리의 어머니는 베풀어 줄 기력을 잃었다.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뭘 더 달라고 조를 수가 있겠는가. 이제는 우리가 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셔야 할 때이다.

태백시 철암동에 가면 시루봉이라는 조그만 동산이 있다. 부근 마을 사람들은 이 시루봉을 모시기 위하여 시루엔 필수인 아궁이를 동산밑에 파놓고 그 안에 서낭당을 지어 놓았다. 그리하여 불을 지핌으로써 시루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땅을 바라보는 기본 태도도 철암주민들에게 본받을 때가 되었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효친이라 한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어머니인 땅에 대한 효도이다. 어머니도 더 이상 참을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살상의 시절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 땅에 효도를 함으로써, 다시말해 효지의 정신으로 서로가 서로를 살리는 상생의 세상을 일구어야 할 때이다.<풍수지리학자·전 서울대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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