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강공 등 「원칙지키기」 달성/현실적 우리대안 그대로 반영13일 타결된 북·미 콸라룸푸르 경수로회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측에서도 겉으로는 합의문에 한국형이란 표현이 명기되지 못했다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전체적으로 90%가량 만족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아주 흡족해하는 표정이다. 실제로 김영삼대통령도 측근들에게 『이번 합의는 사실상 우리의 요구가 완전히 관철됐다는 점에서 1백20% 만족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에 의하면 사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은 지난해 제네바합의때부터 우리측이 마련한 「현실적인 안」이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체제유지의 문제등으로 인해 어떠한 합의문건에도 「한국형」과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란 표현을 수용하지못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그대신 현실적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왔다는 설명이다. 즉, 북한에도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주면서 제도적인 장치로서 우리의 요구를 담보한다는 전략이었다.
사실 이번의 콸라룸푸르회담때도 북한은 말로는 한국업체의 주도에 의한 한국형 원자로 건설을 받아들이면서도 합의문에 이를 명기하는데는 극력 반대했었다. 지난 7일 북미간에 합의문의 문안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다시 「한국형 명기」를 요구했던 것도 사실은 「KEDO가 선정한 모델」이라는 문안이 한국형을 담보한다는 보장을 확실히 해두자는 포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강경입장 표명으로 인해 8일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또 갈루치 핵대사등이 급히 서울로 달려와 한국형을 담보하는 미국의 보장책을 제시했다. 당시 한미간에 합의한 내용이 바로 미국과 KEDO가 공개적으로 한국형을 보장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이의를 달지않도록 한다는 것이었는데 바로 이 대목이 그대로 수용된 셈이다. 이번 협상의 막판 과정에 우리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 것은 물론 경수로건설을 위한 비용을 우리가 부담한다는데 따른 원천적인 이유도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중시하는 김 대통령의 정치력도 간과할수 없다. 김 대통령은 『이번 회담은 사실 미국을 상대로 하는 것』이라는 입장아래 우리의 원칙에 대해 끝까지 강한 입장을 지켰고 마지막에는 미국과 북한, 그리고 우리 국민을 염두에 둔 정치적 제스처까지 보여줬다. 클린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친서까지 보내온 것도 바로 이같은 김 대통령의 입장을 존중한 것으로 볼수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클린턴 친서/요지
13일 콸라룸푸르에서 발표된 미·북 공동언론발표문은 북한이 KEDO(한반도에너지기구)가 선정한 경수로 노형을 수락한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KEDO설립협정상에 규정되어 있듯이 북한에 제공될 원자로 모델은 한국표준형 원자력발전소 모델이 될 것입니다. 또 KEDO와 주계약자간에 체결될 상업계약에 명기되는 참조발전소는 울진 3,4호기가 될 것입니다.
미·북 공동언론발표문은 또한 KEDO가 주계약자를 선정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주계약자는 설계, 제작, 시공및 사업관리를 포함한 경수로사업의 모든 분야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수행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KEDO의 창설멤버들이 결정한 바와 같이 주계약자는 한국회사가 될 것입니다.
또한 KEDO의 책무수행을 보조하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기업을 선정하며, 아울러 미국기업은 주계약자인 한국기업의 하청업자로서 경수로사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경수로 사업에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은 북한핵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공동노력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본인은 미·북 기본합의문에 명기된 남북대화 재개문제는 북한핵문제의 근원적 해결과 미·북합의의 완전한 이행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믿으며 이에 대한 본인의 공약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북·미 공동 언론발표문/전문
미국 대표단과 북한 대표단은 콸라룸푸르에서 95년 5월19일부터 6월12일까지 94년 10월21일의 미·북 기본합의문의 이행과 관련한 회담을 가졌다.
양측은 미·북 기본합의문 이행에 관한 정치적 약속을 재확인했으며 특히 동합의문에 입각한 경수로 사업의 원활한 이행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결정하였다.
Ⅰ, 미국은 경수로 및 대체에너지 제공에 관한 94년 10월20일자 미대통령의 보장서한이 계속 유효함을 재확인한다. 한반도에너지기구(KEDO)는 미국 주도하에 미·북 기본합의문에 입각,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 사업의 재정조달 및 공급을 담당한다. 합의문에 명기되어 있는 바에 따라 미국은 경수로 사업에 있어서 북한과의 주접촉선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관련, 미국 국민이 필요에 따라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KEDO 대표단및 작업반의 대표가 된다.
Ⅱ, 경수로 사업은 각각 두개의 냉각재 유로를 가진 약 1천㎿(e) 발전용량의 가압 경수로 2기로 구성된다. KEDO가 선정하는 경수로 노형은 미국의 원설계와 기술로부터 개발되어 현재 생산중인 개량형으로 한다.
Ⅲ, 북한정부를 대표한 대외경제위원회와 KEDO가 북한에 경수로를 턴키베이스로 제공하기 위한 공급협정을 가능한 최단시일내에 체결한다. 이 발표문에 기초하여 북한은 경수로 공급협정에 관한 현안을 협의하기 위하여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KEDO와 회동한다. KEDO는 경수로 사업의 건설과 운전에 필요한 요건들을 확인하기 위해 부지조사를 실시한다. 동 부지조사와 부지준비에 소요되는 경비는 경수로 사업의 공급범위에 포함된다. KEDO는 경수로 사업을 수행할 주계약자를 선정한다. 경수로사업의 전반적 이행에 관하여 KEDO의 감리업무를 보조할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미국기업이 담당하며 KEDO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선정한다. 북한기업은 경수로사업의 추진을위해 필요에 따라 이행에 관련된 계약에 참여한다.
Ⅳ, 경수로 사업에 추가하여 양측은 기본합의문의 이행을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였다.
양측의 전문가들은 기본합의문에 따른 중유의 단계적 공급을 위한 일정과 제반협력조치에 합의하기 위해 6월중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북한에서 만난다. KEDO는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중유의 1차분 공급을 위한 조치를 즉시 취한다.
1995·1·20자 사용후 연료봉의 안전한 보관에 관한 미·북회담기록은 신속하게 실천에 옮겨진다. 이와 관련, 동이행을 위해 미국 전문가들이 6월중 가능한 조속한 시일내에 북한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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