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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하드3」(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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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하드3」(영화평)

입력
199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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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힐듯한 스피드 터질듯한 긴장의 흥미만점 오락물/문제의식은 엷어져브루스 윌리스를 일약 세계적인 배우로 부상시킨 「다이 하드」시리즈 제3편이 드디어 국내에서 개봉되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앞서 개봉된 두 편의 영화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빨라진 영화의 스피드이다. 「다이 하드3」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터뜨리고 있으며, 관객은 영화 속에서 필사적으로 끊임없는 위험 속을 달려가고 있는 두 주인공을 따라가느라 숨이 가쁠 지경이다.

「다이 하드3」를 돋보이게 하는 또 한가지는 악한 사이몬 역을 맡은 제레미 아이언스의 차가운 표정과 싸늘한 연기이다. 「카프카」와 「M 버터플라이」에서 지적인 이미지의 화신처럼 보였던 그는 이 영화에서 냉혹한 악한으로의 변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 초대형 화면에 초대형 배우들, 그리고 초대형 폭발에 초대형 사건의 연속은 「다이 하드」를 재미 만점의 초대형 일급 오락영화로서 손색이 없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프레데터」와 「다이 하드」에서 존 맥티어난 감독이 보여 주었던 중후한 주제의식과 문제의식은 이 영화에서 별로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화면을 가득 덮고 있는 것은 상업성과 오락성이다.

물론 「다이 하드3」에도 흑백간의 우정이 존재하고 인종문제가 제기된다. 이 영화가 뉴욕의 할렘가에서 인종차별 문제와 더불어 시작되며 흑백문제가 내내 극중 대사의 주제가 되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전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시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것들은 1편에서처럼 진지하고 절실하게 제시되기 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코믹하게 다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또 1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 맥티어난 형사의 아내 홀리 역시 3편에서는 아예 배역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전화 속의 목소리로도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2편에서는 그래도 배역과 목소리는 있었다).

그리고 사이몬을 비롯한 악한들 또한 옛 나치들로 또 때로는 동독인들로 제시되고 있어 나치즘과 공산주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변함없는 적개심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자칫 왜곡된 애국심과 단순한 민족주의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도 「다이 하드3」는 여전히 잘 만들어진 재미있는 영화이다.<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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