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각료 34명 출마 23명 승리/쥐페총리 보르도시장에알랭 쥐페총리를 비롯한 프랑스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11일 실시된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대거 당선됐다. 이들의 자치단체장 당선은 혹시 정치전면에서 밀려나더라도 언제든지 중앙무대에 복귀할 수 있는 정치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선거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시라크의 대통령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쥐페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포도주 산지로 유명한 인구 21만명의 작은 도시 보르도시 시장직에 도전, 승리를 안았다. 47년간 이 도시를 이끌어온 터줏대감인 80세의 자크 샤방 델마스전총리를 누르고 과반수 득표에 성공한 것이다.
또 롤랑 파비우스전총리가 노르망디 지방의 그랑 케비이시 시장에, 피에르 모루아 전총리가 북부 릴시 시장에 각각 당선됐다.
시라크쥐페 정부의 각료 42명 가운데 34명이 역시 시장이나 읍·면장·구청장직에 출사표를 던져 23명이 승리했다. 프랑스에서는 각료와 국회의원도 자치단체장을 겸할 수 있다.
그러나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은 중부 클레르몽 페랑시 시장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에 실패, 오는 18일의 결선투표에서 승리하기위해 다시 뛰고 있고 지난 조각에서 가장 각광을 받았던 의사출신의 엘리자베드 위베르 보건부 장관은 낭트시 시장직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매머드급 정치인들이 이처럼 낙선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치단체장직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그 자리가 여러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이다. 지방 어디건 권력거점을 갖고 있기만 하면 정치전면에서 밀려나더라도 언제든지 중앙무대에 컴백할 수 있는 게 프랑스의 정치구조이다. 시라크대통령도 그동안 2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고배를 들면서도 파리시장직은 18년간이나 악착같이 고수했다. 2002년 대선을 염두에 둔 쥐페 총리가 시장후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치단체장중에서도 특히 시장자리는 정치힘줄이 강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이 22년간 시농시 시장을 하다가 마침내 정상에 오른 점이나 최근 7명의 총리중 5명이 시장을 지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처럼 정치 거물들이 조그만 지역을 놓고 「영토싸움」을 벌이는 프랑스의 단체장 선거는 대통령선거 다음가는 중요한 정치행사라 할 수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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