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반 우려반” 대정치실험 시작/지방정치 활력국력분산 “양날칼”/향후 정국구도·정계 개편 변수로4대 지방선거의 후보등록을 계기로 한국정치의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선거사상 최대규모인데다 선거후 어떤 형태로든지 정국구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느 선거때보다 정치적 함의가 배가되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는 지방시대의 개막,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의미한다. 「지방행정을 지방주민들이 책임지고 처리한다」는 사전적 정의처럼 한국정치는 사실상 처음으로 중앙집권주의의 구각에서 벗어나게 됐다. 때문에 지자제는 민주주의의 확대로 이어지며 중앙중심주의의 국민의식에도 일대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지자제가 「장밋빛 미래」만을 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갈등, 지방끼리의 알력으로 행정효율성 약화, 국력의 분산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세계적 추세는 신중앙주의로 회귀하고 있다. 각 국가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력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적으로도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국이 획일화하고 있고 지방행정의 고유영역은 거의 없어지고 있다. 결국 한국정치는 기대와 우려의 가능성을 모두 안은 채 지자제실험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측면 외에도 이번 선거는 향후 정국구도, 정치흐름과 직결되는 정치적 측면도 갖고 있다. 사실 정치권의 관심은 정치적 승부에 더 쏠리고 있다. 6·27 선거가 김영삼 정부 출범이후 처음 치러지는 중간평가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다 15대총선, 97년대선 향배를 좌우할 「예비선거」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각 정파가 지자제승부로 인식되는 15개 시도지사선거, 그중에서도 서울시장선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6·27선거는 향후 예상되는 정계개편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현 정치권이 여권내부의 이질성, 야권의 내분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어 선거결과에 따라 기존정치질서에 대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3김정치, 세대교체, 지역주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느 정파가 이기더라도 현재의 정국구도가 그대로 존속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예컨대 민자당이 호남, 충남을 제외한 전지역에서 압승할 경우 김대중, 김종필씨는 현재보다 정치적 위상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정치권의 세대교체바람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반면 민주당, 자민련이 우세한 결과를 얻으면 김대중, 김종필씨의 정치적 영향력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될 경우 내각제개헌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각될 공산도 크다. 야권의 경우 김대중씨의 정계복귀여부가 구체화할 것이 분명하며 지역기반을 갖고있지 않은 이기택 총재의 입지는 현재보다 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소속이 약진하면 정국은 소규모 정파가 생성, 이합집산양상이 나타나 정국이 혼미해질 수 있으며 나아가 기존정치권에 대한 불신풍조가 확산되어 「정치권의 무력화」를 촉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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