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방어 밤낮없다/차분쟁 등 전략마련 잇단 회의/규제완화·WTO대응 등 강온병행도쿄 가스미가세키 1―3―1. 사린테러의 현장인 지하철 가스미가세키역과 통해 있는 통산성청사 15층 서쪽끝방은 요즘들어 불이 꺼질 날이 없다. 이방이 바로 대외통상을 종합관리하고 전략을 결집하는 통상정책국 호소카와 하사시(세천항)국장의 방이다.
『과거 2차대전말 통산성의 전신인 군수성이 전쟁물자의 확보·공급에 밤잠을 잘 수 없었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관계자의 비유가 그리 어색하지 않다.
호소카와국장과 이사야마 다케시(이좌산건지)차장, 도요다 마사카즈(풍전정화)미주과장등을 비롯한 관계자 전원이 거듭되는 회의와 지시, 외무성등 관계기관과의 연락등으로 눈코뜰 새가 없다. 더욱이 지난달 22일 미자동차공업협회(AAMA)가 「통산성에 압력전화를 하자」는 광고를 낸 이래 계속되는 「전화부대」의 전화는 짜증스럽다. 말그대로 비상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통상정책국이 현재의 분쟁상황을 예견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간 것은 연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미포괄경제협상의 핵심인 자동차및 부품교섭이 매듭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차교역흑자는 계속 늘고 있었다.
우선은 미국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각종규제완화조치를 서둘러 입안했다. 차량검사제도와 정비소설립기준을 완화해 잇달아 발표했다. 미국산 자동차부품구입의 확대가능성을 은근히 업계에 타진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엔고의 급진전과 국내경기전망의 불투명을 이유로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측의 수치목표 설정 요구에 양보할 수 없는 처지라면 새로운 대응논리가 시급했다.
그결과 「업계의 자주구입확대 여부는 정부간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특정국과의 수치목표설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이 상징하는 자유무역추세에 어긋난다」는 대응논리가 준비됐다.
WTO체제안에서의 대응을 우선한다는 방침은 2월에 이미 굳어져 있었다. 다만 맞대응으로 나갈 경우 미국이 일본시장의 폐쇄성이라는 단골메뉴를 거론하며 본안 흐리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결국은 일본 다음차례가 될 수밖에 없는 아시아각국을 중심으로 국제여론을 환기해야 한다는 방안이 유일한 대응으로 뗘올랐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파리에서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회의는 일본으로서는 기대에 미흡했다. 미국이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으나 유럽각국은 일본시장의 폐쇄성도 함께 추궁하는 태도였다.
지난달 29일 WTO제소에 따른 절차로서 시작된 미국과의 재협상에 대해 정책국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판매상과 소비자단체등의 발언을 지원, 미국의 자발적인 제재철회를 얻는 것이 최우선의 전략목표가 돼있다. 도요타자동차 미현지공장이 최근 GM사의 엔진을 구입키로 발표한 시점도 홍보효과를 겨냥한 통산정책국의 입김과 무관하지 않다.
그 다음은 미국의 최종제재발동 직전에 열리는 선진7개국(G7)정상회담 자리를 빌린 양국정상회담에서의 타결이다. 부품구입과 일본내 미국산 자동차상 증가등의 수치목표만 아니라면 충분한 양보를 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이미 작성돼 있다.
미국이 어떤 형태로든 제재조치를 발동할 최악의 경우 당장의 피해는 감내하더라도 WTO에서의 판정으로 재발을 막겠다는 생각이다. 한때 정책국내에서는 『현재의 대미관세를 WTO허용범위내에서 최대로 끌어올려 비슷한 타격을 미국에 주어야 한다』든가 『내년 7월말 종료되는 반도체협정의 갱신을 거부해야 한다』는 방침도 거론됐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그런 것들은 엄포용일 뿐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피한다는 내부입장이 정리돼 있다』고 밝혔다.
◎일 사령관역 사카모토 심의관/“협상타결여부 미 태도 달려” 단호/세계 곳곳 다니며 입장설명 분주
『미국이 수치목표 설정만 포기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었던 협상이었다. 지금도 타결여부는 미국측의 태도에 달려있고 우리는 여전히 협상을 바란다』
이번 무역전쟁의 일본측 야전사령관인 사카모토 요시히로(판본길홍·56) 통상산업심의관의 단호한 태도는 변함이 없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총리를 꿈꾸는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일본통산장관의 정치적 야심」을 무역분쟁의 한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하시모토장관의 야심도 사카모토심의관과 그가 직접 지휘하고 있는 통상정책국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애초에 표현기회조차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4월 가튼 미상무차관과 워싱턴에서 가진 차관급협상에서 미국측의 은근한 수치목표 설정요구에 제동을 걸어 교섭을 결렬시킨 뒤 일찌감치 세계무역기구(WTO)제소를 대응방안으로 언급했던 장본인이다.
지난 62년 4월 동경대 법대졸업과 함께 통산성에 들어와 통상정책국 국제경제부장, 통상정책국장등 외길을 걸어온 통상전문가다.
그는 최근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다. 브뤼셀과 제네바, 파리, 워싱턴으로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에 바쁘다. 국내에 있는 날은 고향인 통상정책국의 두뇌집단과 머리를 맞댄다. 『미국측이 정치적 동기를 배제하고 순경제논리로 돌아오지 않는한 현재 WTO틀안에서 진행중인 양국교섭은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이 그저 허장성세로는 들리지 않는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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