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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엔지니어링/만병통치약인가 속빈 강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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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리엔지니어링/만병통치약인가 속빈 강정인가

입력
199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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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업계 실패율 50∼70% 추산… 재평가 작업 활발/“아 기업 「인원감축」으로 인식땐 국제경쟁 못이겨”기업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에 대한 미국업계의 자체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다. 지난 몇년간 미국 기업들 사이에 일종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돼 온 리엔지니어링을 두고 찬반양론에서부터 개념논쟁에 이르기까지 「다시보기」가 한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 리엔지니어링의 실패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으나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실패율이 50∼70%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짧게는 몇달에서 길게는 몇년에 걸쳐 기업 전체의 틀을 바꾸는 리엔지니어링을 감행했으나 목적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음은 물론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또 특정 부문에서는 극적인 개선을 이루었음에도 전체 결과는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유수의 한 컴퓨터 회사는 융자 파트에 대한 리엔지니어링을 단행, 업무비용을 34% 줄였으나 전체 경영수입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어떤 보험회사는 고객의 보험금 지불요구 처리시간을 44% 단축하고도 수익은 도리어 떨어졌다.

리엔지니어링에 대한 비판은 「속빈 강정」론이 주류를 이룬다. 실패 가능성이 성공률보다 높고, 그 성공조차 절반의 성공이 될 공산이 높은 일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리엔지니어링은 기업의 골간을 바꾸는 일이므로 구성원 개개인에게 엄청난 충격과 희생을 안겨주게 되는데도, 그 대가가 초라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회의론자들은 『리엔지니어링은 몇년에 한번 꼴로 등장하는 유행성 경영기법』이라고까지 비판한다.

이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실패 사례들은 리엔지니어링이 대단히 어려운 과제임을 나타내주는 것일 뿐 리엔지니어링 자체가 무용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리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 자체는 대단히 간단한 것으로 시비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리엔지니어링은 고객에 대한 가치제공을 지상목표로 삼아 여기에 부합되지 않는 조직과 인원은 없애고 중복되는 것은 하나로 묶으며 꼭 필요한데도 없는 것은 새로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욱이 리엔지니어링은 이전의 조직체계로는 기업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대처하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시도되는 것인 만큼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사의 리엔지니어링 실패사례 분석은 리엔지니어링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의 잣대를 제공해준다. 매킨지는 사례 분석을 통해 몇가지 공통되는 실패원인을 도출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인적 요인이다. 어느 기업이나 조직을 바꾼다면 구성원들이 일단 거부반응을 보이게 마련이다. 최고경영자가 리엔지니어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충분한 컨센서스 없이 추진하면 실패하기 쉽다.

인적 요인 못지않게 큰 실패요인은 많은 기업이 명확한 전략적 목표나 기업의 가치전제도 설정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리엔지니어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매킨지의 컨설턴트 임형석씨는 『변화에 대한 저항은 중간 관리층의 실업 우려와 맞물려 있고, 이는 곧 변화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진다』며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 리엔지니어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또 『리엔지니어링은 「이것은 고객서비스에 최선의 방법인가」란 물음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데도 변화의 대상을 내부로 한정하거나 잘못된 가치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리엔지니어링에 대한 잘못된 개념정립도 흔히 발견되는 오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리엔지니어링의 진정한 목적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줌으로써 더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파는 것인데도 마치 사람을 「잘라」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그릇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리엔지니어링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혁신 노력임에도 일과성 행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실패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기업들이 부단히 리엔지니어링을 시도하는 것은 여전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는 『리엔지니어링은 유행이 아닌 거대한 흐름』이라는 대전제가 미국 기업계에 널리 자리잡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컨설팅 및 회계전문회사 델로이트 앤드 투쉬사의 회계사인 박성일씨는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리엔지니어링은 미국기업들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아시아권 기업들이 혹시 리엔지니어링을 인원감축의 동의어로 받아들일 경우 미국기업들의 글로벌 체제 경쟁력에 맞서기는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뉴욕=홍헌곤 특파원>

◎리엔지니어링이란/비용·질·서비스·속도 등 극적 개선위해/발상대전환… 기존 틀·절차 혁신적 개편

기업 리엔지니어링은 비용·질·서비스·속도 등에서 극적인 개선을 성취하기 위해 비즈니스의 모든 절차를 혁신적으로 개편하는 것을 말한다. 급격하고도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특징이다. 현재의 모든 구조와 절차를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디자인 하는 것으로, 현재의 시스템에서 점진적 발전을 기하는 방식은 통상 리엔지니어링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리엔지니어링은 기능이 아닌 프로세스의 개선에 주목한다. 프로세스란 물건주문에서 제조, 선적, 수금, 고객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재화나 용역을 팔기위해 거쳐야 하는 기업활동의 모든 절차를 뜻한다. 리엔지니어링은 종래 수직적으로 구성돼 있던 부단위 조직이나 기능조직을 수평적으로 개편시키는 것이 요체이다.

□리엔지니어링 성공 사례

◎금융자문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80개 기능부서 45개 수평팀으로 대수술/직원에 쌍방향 대화채널… 판매 90% 증가

리엔지니어링의 가장 중요한 핵심 성과는 종래의 수직적 기업조직을 수평적 조직으로 변환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세기동안 조직 설계에서 사실상 유일한 모델로 군림해왔던 기능적 위계조직이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수평조직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평조직이 향후 반세기 기업 모델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 및 투자신탁을 다루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X) 금융자문사는 리엔지니어링을 통해 회사의 구조를 수평조직으로 혁신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이 회사는 92년초부터 2년간 조직설계를 한 끝에 지난해 4월부터 단계적으로 전략거점 사업소들을 설정, 성공적으로 「실전」을 치렀다. 우선 고객들이 회사와 접촉하는 모든 단계를 점검해 결제절차에서 병목이 형성되는 지점들을 찾아냈다. 이를 토대로 1백80개에 이르렀던 기능부서를 45개의 수평 팀으로 개편했다. 세일즈 매니저 직책도 없애고 7명의 경영진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이 회사 대변인 마리 데이비스씨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금융자문사의 경우 리엔지니어링 완료시점을 98년말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설계를 시작한 시점부터 잡으면 무려 6년이 걸리는 작업이다. 데이비스씨는 『전략거점 사업소들은 지난 1년간 평균 90%의 판매증가를 기록했다』면서 『개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직원들에게 쌍방향 대화의 채널을 열어주어 누구나 개편계획에 참여할 수 있게 한데다 최고 경영층이 확신을 가지고 이를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생산업체 「제너럴 일렉트릭 메디컬」/공장장 아래 3개 관리계층 1개로 축소/주문→배달·계산서작성 시간 절반 단축

의료기기 생산업체인 제너럴 일렉트릭(GE) 메디컬사는 지난 3년간 물건 주문에서 배달 및 계산서작성까지의 시간을 40% 감축시켰다. 물품재고도 3분의 2를 줄였다. 이전에는 자기공명 촬영기, 단층 촬영 스캐너, 엑스레이 기기 공장의 공장장이 각기 따로 있었으나 한명의 공장장으로 하여금 총괄 관리를 맡게 했다. 중간 관리계층도 대부분 제거했다. 엑스레이 공장의 경우 총괄 공장장과 1백70명의 종업원 사이에 생산관리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

이 회사의 총괄 공장장 프랭크 월츠씨는 『우리회사의 리엔지니어링은 계층줄이기·조직 단순화·수평화가 요체』라며 『목적은 속도 및 효율 증가, 품질 향상 및 상하간 대화향상』이라고 밝혔다. 월츠씨는 『수직 계층 줄이기는 각 공장장 하에 있던 3개의 관리계층을 가장 낮은 계층부터 시작해 2년동안 1개로 줄이는 것이었고, 4∼5개 공장을 한명의 공장장이 총괄하는 수평개편은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월츠씨는 『직원들의 중압감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의 걱정과 질문에 언제나 열린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했다』며 『변화가 예상외로 빨리 받아들여지고 개편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전 사원이 동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뉴욕=홍헌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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