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싸지고 엔진성능 좋아져 “경제속도” 퇴색/“교통사고 사망자 증가” 반론불구 대세는 기울어세계에서 고속도로망이 가장 잘 발달된 나라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속도제한이 가장 엄격한 국가이기도 하다. 때문에 속도제한의 현실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는 휴가철이 되면 연방속도제한 문제는 어김없이 도마위에 오르곤 한다. 그러나 연방 속도제한이 폐지, 또는 완화될 가능성이 올해에는 어느때보다 높은 것으로 전망돼 이 논란의 종지부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연방법이 규정하고 있는 고속도로 운행제한속도는 시속 55마일(약88)이다. 교통량이 극히 적은 일부지역은 주별로 시속65마일까지 상향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속도를 꼬박꼬박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최근 뉴욕주에서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96%가 속도제한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경찰도 시속 10마일정도의 초과는 눈감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 상원 환경 및 공공사업위원회는 최근 각 주가 자율적으로 속도제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개정안을 상원전체 회의로 넘겼다. 해당지역에서 85%이상의 운전자들이 실제로 운행하고 있는 속도를 조사, 이를 제한속도로 조정토록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내용이다. 「85%」라는 기준은 도로상의 자동차가운데 85%는 안전속도를 스스로 감지해 지킨다는 교통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이론에 따른 것이다. 하원에서도 이에 앞서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행 제한속도가 정해진 것은 73년 1차 석유파동때이다. 경제속도를 지킴으로써 기름을 절약하자는 것이 직접적인 동기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속도제한이 80마일인 곳이 많았고 와이오밍, 몬태나 같은 주는 아예 속도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기름값이 싸지고 자동차엔진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달된 지금은 시속55마일이 「경제속도」로서의 의미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행 속도제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안전」을 내세운다. 「고속도로 및 자동차안전의 수호자들」이라는 단체의 주디스 스톤회장은 『속도제한이 완화되면 매년4만명의 고속도로 교통사고사망자 명단에 3천명이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87년 연방의회가 주의회에 주간고속도로의 속도제한을 65마일까지 상향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마자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년도에 비해 20%가 늘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법개정을 주장하는 측은 견해를 달리한다. 거의 대부분의 차들이 65∼75마일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혼자서 55마일을 고집하면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전국운전자협회 짐 벡스터 회장은 『자동차들은 이미 속도제한을 넘어서 달리고 있다. 속도제한을 바꾼다면 달라지는 것은 표지판의 숫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세는 이미 개정쪽으로 기울고 있는 양상이다. 상당수의 언론이 개정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논조인데다 대부분의 주의회는 연방법이 개정되기만 하면 당장 제한속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6월들어서만도 펜실베이니아주와 뉴욕주가 기존법규에 따라 규정속도를 65마일로 높였다.
「55마일시대」는 22년만에 끝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한 것이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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