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들의 성욕이 갑자기 치솟아서 일대 가정문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식의 화제가 장안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얼마전 법원이 「아내의 성적 불만에 따른 부부간의 갈등」을 이혼사유로 인정하면서 나돌기 시작한 그같은 화제는 자칫 흥미위주로 흐르면서 편견을 심화시킬 위험이 높다.지난 5월27일 서울가정법원이 내린 그 판결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소송 내용을 살펴보면서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여자들중에는 아내의 성적욕구를 희화화한 묘사에 저항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7년전 결혼한 그 30대 부부는 신혼초부터 잦은 성관계를 원하는 아내와 아내의 요구를 수용하기 힘든 남편사이에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남편은 성관계를 가진 날을 일일이 달력에 기록하며 일종의 시위를 했고, 성관계를 갖지 않으면 아침밥도 차려주지 않는다는 등의 불평을 하게 됐다. 시부모는 며느리를 「색광」이라고 비난했고, 친정부모는 그런 사돈에게 분개하여 양가에 싸움이 벌어졌다. 마침내 두사람은 서로 이혼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그 아내가 정말로 「색광」수준의 성욕을 가진 여성인지, 남편을 성관계로 묶어두려는 불안심리의 소유자였는지, 아니면 두사람의 성격차이와 미숙함이 성적갈등을 증폭시켰는지, 우리는 그들 부부의 진실을 알 수 없다. 다만 그 이혼소송에 관한 기사를 자세히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성욕이 강한 아내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인식이다. 만일 남편의 성욕이 지나쳐서 아내에게 부담을 주었을 경우 아내가 달력에 성관계를 일일이 표시한다거나, 장인 장모가 사위를 「색광」이라고 비난하거나, 그것이 이혼사유가 되는 상황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남자의 강한 성욕은 힘의 상징이고 자랑거리지만, 여자의 강한 성욕은 스캔들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정력에 좋다면 바퀴벌레라도 잡아먹을거라는 농담이 나올만큼 한국 남자들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정력 숭배자들인데, 어쩌다가 여자들의 정력에 위협을 느끼게 됐는지 그 자체가 코미디다.
아내의 성욕을 자연스런 본능으로 받아 들이고, 부부의 문제를 이해와 협조로 풀어가려는 자세가 없이는 한국남자들이 소위 「침실혁명」에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여자들의 성욕이 갑자기 가정과 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소문은 편견에서 나온 과장된 소문일 가능성이 높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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