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3당 타협급급… 당초목적 변질/용두사미로 끝난 「전후결의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3당 타협급급… 당초목적 변질/용두사미로 끝난 「전후결의안」

입력
1995.06.08 00:00
0 0

◎일 언론선 “성공” 평… 피해국과 시각차일본의 집권 연립 3당이 6일밤 합의한 전후50년 결의안은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담았다기보다는 자민당과 사회당이 현연립정권의 유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볼수 있다.

이 결의안에 대한 구상은 지난해 6월 사회당출신의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총리 정권이 들어서면서 종전 50주년이 되는 금년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고 부전결의를 약속함으로써 과거사를 결산하고 국제사회에 새로운 모습으로 나설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 배경은 간단하다. 『일본이 침략전쟁을 할 의도로 싸웠던 것은 아니다』『난징(남경)대학살은 날조된 것이다』는 등 각료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일본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이 고조되자 이를 불식시키고 국제적인 신뢰감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의안의 채택문제는 자민당과 신진당의 우익세력이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그 내용이 크게 퇴색하고 말았다.

자민당의 「종전50주년 국회의원연맹」과 신진당의 「올바른 역사를 전하는 국회의원 연맹」소속의원들이 「일본 유족회」를 비롯한 각종 극우단체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계산에서 결의 반대운동을 전개하며 당집행부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자민당측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보다는 미래의 평화를 보장하는 내용이 되어야한다』고 버티다가 사회당측이 『국회결의가 무산될 경우 연정이탈이 불가피하다』고 나서자 그나마 마지막 순간에 「침략행위」「 식민지 지배」 「반성」등 사회당의 요구사항을 수락, 타결을 보게됐다.

지난 93년 총선에서 야당으로 전락, 정·재계로부터 설움을 받은 자민당으로선 또다시 야당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현 연정체제가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사회당도 결의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무라야마정권은 「죽은 몸」이 되는데다 정권붕괴로 7월에 중참의원선거를 동시에 실시해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체면을 유지하는 선에서 타협했다.

이런 연유로 사회당이 당초 의도했던 「사죄·부전결의」는 부전과 사죄라는 용어가 빠지고 명칭도 「역사를 교훈으로 평화에의 결의를 새롭게하는 결의」로 변하고 말았다.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자민당이 주장한 미래의 평화를 약속하는 선언의 성격을 띠는 결과를 낳고 만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사회당측이 자민당과의 협상에서 성공을 거둔 듯한 분위기다. 가장 적극적으로 국회결의채택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아사히(조일)신문을 비롯, 대부분의 언론들은 결의안 합의가 자민당의 양보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무라야마총리는 7일 『역사적 시점에 걸맞은 문안으로 정리된 것에 대해 감사한다. 아시아국가들로부터도 이해를 얻을수 있을것으로 본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각국으로서는 분노에 앞서 어안이 벙벙한 노릇일 수 밖에 없다.<도쿄=이재무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