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벼랑끝전술」 제압 핵외교의 승리”/“명칭문제 한국 주장 반영 미흡” 인정도클린턴 미행정부는 한국형 경수로 수용여부를 놓고 보름이 넘게 계속돼 온 미국과 북한간의 콸라룸푸르 경수로 협상에서 북한이 실질적으로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사실상 수용한데 대해 이를 대북한 핵외교의 승리로 간주하고 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이번의 원칙적 합의가 지난해 10월 제네바 합의와 마찬가지로 한국을 흡족히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한국의 실질적인 중심역할을 수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게 고무돼 있다.
미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은 정치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한국형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협상을 벌였다. 결국 이번 합의는 미국측의 이같은 논리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북한측의 한국형 불가논리를 제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관과 관영 중앙통신 등을 통한 대외 창구를 통해 콸라룸푸르 회담의 결렬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가며 미국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짜내기 위한 「벼랑외교」를 펴왔다.
손성필 모스크바 주재 북한대사는 최근 러시아의 이타르 타스 통신과의 회견을 통해 한국형 경수로에 대한 타협을 거부한 미국의 「단견」을 맹비난하면서 『(콸라룸푸르)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북한이 잃을 것은 없다』는 협박성 발언을 되풀이했다.
지난 6일 상오에는 콸라룸푸르 현지에 파견된 2명의 외교관이 돌연 귀국해 경수로 협상이 결렬된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불러 일으켰으나 미관리들은 『북한이 우리의 현실적인 요구를 결국은 수용하게 될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미행정부의 한 관리는 『북한측의 한국형 경수로 수용은 북한 지도부내의 현실주의자들이 강경파 교조주의자들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향후 남북대화의 재개 가능성은 물론 북·미 관계개선 전망도 밝게 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동결만 해제하지 않으면 대화는 계속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대화를 계속해 왔다. 클린턴행정부는 특히 『남북대화의 재개가 북·미합의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현실적 전제조건』임을 강조해 왔다.
미국은 이와함께 북한과의 경수로 공급협정서에 「한국형」 명기를 주장하는 한국측에 대해 남북간의 신뢰구축 차원에서 유연성을 보일것을 종용하면서 명칭문제에 관한 타협을 모색해 왔다.
미관리들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설립규약에 이미 「한국표준형」이 분명히 들어가 있는 이상 명칭문제로 제네바합의의 이행이 지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논리로 한국측을 설득하며 서울측이 평양측에 대해 정치적인 양보를 해 줄것을 묵시리에 촉구해 온게 사실이다.
미국측의 이같은 입장은 경수로 공급협정에 반드시 한국형이 명기돼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배치돼 한국측과 외교마찰마저 야기해 왔으나 북한에 대한 「투자」는 궁극적으로 한국의 이해에 합치된다는 주장을 펴 한국측의 양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클리턴행정부는 한국측의 이같은 양보의 대가로 남북대화의 재개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여 북한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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