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총잡이」 「3인조」 등제작되는 영화들이 점점 상식을 벗어난 자극적인 소재를 추구하고 있다. 그 중 몇편은 비열한 인질극을 한낱 흥미유발을 위한 도구로 남용하고 있기도 하다.
4일 촬영이 시작된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구임서 감독)는 궁지에 몰린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예비군 중대본부에서 탈취한 소총으로 술집에 난입해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쌓인 분노를 폭발시키는 장면이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또 소심한 샐러리맨이 우연히 권총 한 자루를 손에 넣으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 「총잡이」(김의석 감독)는 은행에 침입한 백인 강도의 인질극을 에피소드로 삽입하고 있다.
박찬욱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3인조」는 삶에서 패배한 세 명의 아웃사이더가 돌발적으로 벌이는 무장강도와 인질극을 기둥줄거리로 한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해 말 개봉된 코미디 「마누라 죽이기」가 무장탈영병의 인질극을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소재로 활용해 웃음을 끌어 내는데 성공한 후 부쩍 심해진 듯하다.
특히 「누가 나를…」에서는 대학동창인 애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회사에 입금할 돈을 횡령하고 무리해서 가전제품을 사들여 빚독촉에 시달리는 주인공이 인질극을 벌여 애인의 마음을 사는 내용으로 인질극을 갈등해결을 위한 장치로 정당화하려는 인상마저 풍긴다.
최근 수입돼 국내에서 상영된 외국영화 중에는 유희적으로 살인을 일삼는 젊은 남녀를 등장시킨 「올리버 스톤의 킬러」가 인질극을 흥미위주로 이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킬러」는 TV의 속물 앵커가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청해서 살인마들의 인질이 되고 살인마들은 인질극을 통해 대중적인 스타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내용이 전개된다.
인질극은 절박한 상황전개로 영화의 긴장을 높일 수 있으며, 범인은 순간적으로 비장한 면도 보일 수 있어 영화의 소재로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요즘같은 인질극이라는 소재의 남발은 청소년에게 자칫 인질극을 가볍게 받아들이게 할 위험이 있다. 이 영화들이 인질극은 비열하고 파렴치한 범죄행위이며 그 대가가 크다는 점을 간과하고 모방범죄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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