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심하긴 하지만 봄이 지나고 어느덧 여름의 문턱이다. 도시에서는 기온으로만 계절을 느낀다. 들판에 나가야 어린 모들을 보며 계절이 바뀌었음을 안다.올해는 제비도, 나비도 보지 못했다. 쏟아지는 듯한 별무리를 본 것은 10년전쯤의 일일까. 이러다가는 요즘 아이들이 제비를 동화속의 새로만 알 것같다.
어릴적, 제비가 지푸라기와 흙을 부리로 물어다가 추녀밑의 벽에 보금자리를 짓는 광경을 보고 넋을 잃었다. 이듬해 제비가 다시 오기를 기다렸고 혹시 옛집을 찾는 제비가 있으면 저것이 작년에 온 제비일까 의문을 갖기도 했다. 여름날엔 수염이 길게 자란 옥수수 밭에서 풍뎅이를 잡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즈음 일본 NHK 위성방송 BS1은 밤 10시40분 「20세기, 살아 있는 것들의 묵시록」이란 프로그램을 방영중이다. 세계자연보호기금, 런던동물학회등이 협력하는 프로이다.
내용은 지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춘 동물들의 이야기이다. 코카서스 물소, 미국 하와이섬의 개똥지빠귀 등이 사라져 간 경위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동물이 절멸했는가 탄식한다. 없어진 원인은 거의가 개발이란 이름의 자연파괴이다. 인간은 도시를 만들며, 혹은 목재를 얻으려고 동물 서식지인 숲에서 나무를 베어냈다. 숲과 함께 먹이가 사라지자 동물들도 가버렸다. 물이 오염되자 물고기들이 영영 죽어버렸다.
코카서스 물소의 경우는 다르다. 러시아 왕실은 코카서스 물소를 보호하고 물소 서식지에서 농민을 내쫓았다. 왕정이 건재하는 한 물소의 천국이었다. 러시아혁명(1917)으로 왕정이 타도되자 상황은 일변했다. 민중들은 왕실의 상징이던 물소를 잡아먹었고 심지어 기관총이나 짐차를 끌게 하기도 했다. 1925년2월26일 마지막 코카서스 물소가 죽었다.
동물들이 사라지면 다음 차례는 무엇인가. 먹이사슬 정점에는 인간이 있다. 지구상에선 해마다 남한면적이상의 삼림(약11만 ㎢)이 파괴되고 매년 2만5천종이상의 생물이 멸종한다고 한다. 1세기 뒤의 환경변화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인간은 각종 공해와 신종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주 태연스럽게 『내 차례는 아직 멀었어』 하며 환경을 파괴하는데 일조하거나 남들의 환경파괴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제는 세계환경의 날이었다.<과학부장>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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