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장난감 등 모든 상품에 「칩」 박아/정보·편의 제공… “인류삶 바꿀 대혁명”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 컴퓨터로 바뀐다. 미 케임브리지시의 매사추세츠 77번가에 있는 MIT대학의 메인로비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4백쯤 걸어가면 하얀색 빌딩이 등장한다. 이곳이 바로 MIT 미디어연구소(MEDIA LAB). 지금 전세계기업의 최고 경영자들이 이 연구소를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소가 창립10주년을 기념해 10월에 착수할 비밀프로젝트 때문이다. 프로젝트명은 「지능 있는 사물들(THINGS THAT THINK)」. 미디어연구소 전체교수의 절반인 15명이 50여명의 연구원을 진두지휘하며 이 프로젝트에 매달릴 예정이다. 미디어연구소의 사활을 걸고 진행될 이 프로젝트는 기존컴퓨터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혁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삶의 모습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제임스씨는 병원에서 준 특수옷을 입고 직장에서 근무한다.
그가 조금 무리를 하자 곧바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특수옷 속에 있는 센서가 이를 재빨리 알아차려 심장박동수치를 옷속에 부착된 중앙처리장치(CPU)로 보낸다. CPU는 이를 디지털신호로 처리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주치의에게 즉시 데이터를 전송한다.
또 소형칩이 박혀 있는 안경은 제임스씨가 극장에 들어가자마자 명도와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결코 미래영화나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가 아니다. 「지능 있는 사물들」프로젝트의 개발과제중 하나인 보디네트(BODYNET)」의 내용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래의 컴퓨터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하는 점에 맞춰져 있다. 지갑, 벨트, 의자, 창문, 장난감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이 컴퓨터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반도체기술이 발전하고 값이 싸지면 모든 사물에 칩을 박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대전제다.
MIT미디어연구소의 마이클 홀리 교수는 『칩이 박힌 신발은 주인이 걷는 속도를 점검해서 목적지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알려줄 것이며 벽에 걸린 창문은 그때 그때 주인의 기분상태에 맞는 풍경을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은 크게 「신센서」「신네트워크」 「인공지능」으로 나뉜다. 이 기술은 칩이 박힌 사물에 인간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쏠리는 미국기업들의 시선은 강렬하다. 이 프로젝트의 설명회가 열렸던 16일 MIT미디어연구소 빌딩에는 미국과 일본의 1백50개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IBM, DEC, 휴렛패커드, 애플 등 전통적인 컴퓨터 기업외에도 블랙 & 데커, 카티어사, 허쉬사 등 보석·식품 기업도 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미래사회의 신상품을 찾기 위한 것이 이들의 목표다. 미디어연구소의 홍보책임자 발레리 마이너드는 『설명회에 참여한 기업중 약 1백30개의 기업이 이 프로젝트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각하는 사물」프로젝트가 상품화에 성공,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미디어연구소의 저력으로 볼 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보스턴=황순현 기자>보스턴=황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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