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급여 등 일정범위 법적 보호우리나라는 혼인신고를 마쳐야 결혼이 성립되는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쌍방이 서로 혼인할 의사가 있고, 실제 부부로서 동거생활을 하고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부부관계를 「사실혼」이라 일컫는다.
사실혼은 장래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는 있으나 공동생활의 실체가 없는 약혼관계나, 유부남이 딴 살림을 차린 이른바 첩관계, 혼인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지는 일시적 또는 간헐적인 통정관계 등과는 엄격히 구별된다. 즉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뿐 「실체」에서는 법률혼과 다를바 없다.
법률상 부부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혼인신고를 해야 하지만, 사실혼도 일정한 범위내에서는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혼에 대한 법적 보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어느 일방이 사실혼 관계를 정당한 이유없이 깬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일반적인 손해배상 소송과 마찬가지로 물질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까지 청구할 수 있다. 또 사실혼 관계중 형성된 공동재산에 대해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에 준하는 권리가 인정되기도 한다.
다음으로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무원·군인·교원연금법상 유족보상금 또는 유족급여가 지급되는 「유족」에는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된다.
한 예로 최근 사망한 경찰고위간부의 전 부인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이들이 수년전 이혼해 법률상으로는 남남이지만 실제로는 동거생활을 계속해 왔으므로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 것이다.
이들의 이혼은 재산공개 당시 부인앞으로 재산을 빼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산은닉을 위해 이혼제도를 악용한 뒤 사실혼관계를 내세워 연금까지 챙긴 「얌체짓」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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