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가격 협공에 2000년엔 생산량 22% 폐기할판/EU,감산·고급화 추진… 남유럽 반발 실효 못거둬포도주의 본고장 유럽이 「포도주 난제풀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산과잉에 다른 대륙산 제품의 맹공으로 세계시장에서의 아성에 큰 구멍이 뚫려 옛 영광 되찾기에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유럽연합(EU)집행위의 최근 보고서에 의하면 유럽산 포도주(역내 15개 회원국산)는 지난 2년간 세계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연평균 1.6%씩 하강하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대외경쟁력의 약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등 포도주 후발국들이 품질강화와 홍보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유럽산의 성가가 처지고 있다. 유럽의 기축통화인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미달러화의 가치가 올들어 무려 20%나 떨어져 세계최대시장인 대미 수출량이 급격히 하락한 것도 판매감소의 주요 요인중의 하나다.
유럽시장에서마저 최근들어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산 포도주들이 쏟아져 들어와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유럽산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세계의 포도주 수집가들이 요즘은 미캘리포니아산, 호주산등을 동등한 반열에 올려 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유럽포도주의 위상퇴색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같은 사태를 방치할 경우 2000년에는 EU역내에서 생산되는 연간 총 1백78억ℓ의 포도주중 22%인 39억ℓ를 하수구에 버려야 할 것으로 EU집행위는 경고하고 있다. 이미 이같은 조짐은 나타나 뉴욕 씨그램 샤토사의 존 래드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 수입된 유럽산 포도주의 상당량이 창고에 처박혀 있으며 앞으로 재고량이 쉽게 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U는 이같은 위기국면을 감산처방으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 토양과 기후여건상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지역의 포도재배를 억제, 유럽산 포도주의 품질을 제고시키고 부수적으로 희소성의 이점도 살려 유럽포도주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러나 감산정책은 역내 회원국간 이해충돌로 큰 저항을 받아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U집행위는 감산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역내 포도재배지역을 재편하려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핵심은 역내 포도주 생산량중 69%에 달하는 「테이블 와인(대중주)」의 재배지역을 줄여 「퀄리티 와인(고급주)」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 이 점이 일부 회원국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테이블 와인은 주로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등 남유럽국가에서 생산되는데 이들 국가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한 것이다. 포르투갈은 자국특유의 「포트와인(맛이 단 적포도주)」이 어째서 테이블 와인에 들어가냐며 EU의 포도주 분류기준 자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아무튼 감산농가에 대한 대대적인 보상등 EU의 밀어붙이기에 남유럽지역에선 포도주생산이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그 반면 북유럽지역에선 오히려 생산이 증가, 총량적인 감산효과가 별로 없는 상태여서 문제는 더 꼬여가고 있다.
포도주왕국인 프랑스가 현재 EU의장국이어서 감산정책이 이나마 추진되고 있으나 올 하반기 「이탈리아등 다른 나라에 의장국 바통이 넘어가면 유럽의 포도주문제 해결은 더욱 난망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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