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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윽박지르기(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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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윽박지르기(장명수 칼럼)

입력
1995.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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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50대의 가장 간 큰 남자는?』이란 퀴즈를 소재로 칼럼을 쓴적이 있다. 『갑자기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는 남자』, 『아니꼽다고 직장에 사표내겠다는 남자』등등의 대답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답은 『마누라에게 말대답하는 남편』이라는 내용이었다.그런데 그 이야기는 눈치보는 남편들을 풍자하는 시리즈의 한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야하게 말하자면 「간 큰 남자 시리즈」인데, 40대에서 80대까지로 이어진다. 내용은 『마누라를 똑바로 쳐다보는 남자』 『마누라에게 말대답하는 남자』 『외출하는 아내에게 몇시에 돌아오느냐고 묻는 남자』 『돈을 어디에 썼느냐고 물어보는 남자』 『늦게 들어와 밥 차려 달라는 남자』 『아내에게 같이 외출하자는 남자』등등으로 말하는 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그리고 80대에는 마침내 『그때까지 살아서 아내에게 수발들게 하는 남편』으로 험악해진다.

시중의 유행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수록 내용이 점점 더 거칠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 시리즈도 앞으로 얼마나 더 험악해질지 조마조마하다.

다만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듣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많은 남편과 아내들은 어딘지 낯익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어디서 들었을까. 좀더 생각해 보면 그 말들은 지금까지 남편이 아내에게 하던 말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남편을 그렇게 노려보면 어쩌겠다는 거야?』 『꼬박꼬박 말대답 할거야?』 『어디를 가든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 『용돈 줄 때마다 어디 쓸거냐고 따질거야?』라는 말들은 대부분의 남편이 아내에게 하던 말이다. 그런데 40대를 고비로 부부관계가 역전되어 남편이 그 말들을 돌려받게 된다는 것이다.

한평생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남자들은 노년으로 갈수록 조용히 살고싶어 하지만, 여자들은 가사부담에서 해방되어 외향적으로 활기차게 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갱년기 이후의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의 약화로 점점 남성화하여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분석도 있다. 노년기의 남자들은 사회에서도, 가정에서도 위축되기 쉽다는 반갑지 않은 소리들이다.

젊은 남편이 일방적으로 아내를 억압하는 것이 나쁜 것처럼, 노년의 아내가 남편을 자주 윽박지르는 것도 좋을리 없다. 나이든 부부는 서로의 생을 연민으로 감싸줄 수 있어야 아름답다. 「간큰 남자 시리즈」는 역으로 나이든 아내들이 자기를 돌아볼 것을 촉구하고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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