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에는 해저유전싸고 초긴장/92년, 영공대립 공중전까지 비화에게해의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가 이번엔 영해문제로 티격태격하고 있다.
그리스 의회가 1일 자국영해를 기존 6해리에서 12해리로 확대하는 국제해양협약을 비준하자 터키가 즉각 반발한 것이다. 터키는 에게해 주변 국제수역과 영공에서 대규모 육·해·공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해양협약은 이미 60여개국이 비준한 것이고 그리스도 지난 82년 서명했으나 미뤄오다 이제 비준한 것이다.
터키 서해안에 근접해 있는 그리스 섬들이 많기 때문에 그리스가 영해를 확대할 경우 터키의 어업및 광업에 커다란 제약이 가해진다는 것이 터키 생각이다. 한마디로 터키는 이 협약으로 에게해가 「그리스의 호수」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87년 양국이 에게해의 광물소유및 석유개발과 관련, 이 해역에서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이 해역 이권을 둘러싼 양국간 갈등은 해묵은 것이다.
협약비준으로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키프로스 문제를 비롯, 양국간 반목과 불신이 넓고 뿌리깊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74년 그리스의 지원을 받은 키프로스 군부가 쿠데타로 친그리스 정부를 세우자 터키는 한달뒤 자국민 보호를 구실로 2만5천명의 군대를 파견, 키프로스 북부지역을 점령해 버렸다. 현재 남북으로 분단된 키프로스는 제2의 중동현안일 정도로 국제사회의 난제로 남아 있고 양국간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는 하늘을 놓고도 충돌해 왔다. 지난 92년엔 터키 전투기들이 그리스 영공을 침범, 그리스 전투기와 공중전을 벌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번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관계가 지난 3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간 관세동맹 체결에 반대해온 그리스가 거부권을 철회, EU·터키간 관세동맹이 체결됨에 따라 화해의 조짐을 보인 가운데 터진 것이다.
어쨋든 터키가 그리스측의 협약비준이 전쟁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고 그리스도 의회비준과 동시에 영해확대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져 양국간 영해분쟁이 즉각 해전으로 비화할 것 같지는 않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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