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집중배치 세계 저항의지 꺾기와 병행/세공에 “보스니아 인정땐 제재해제” 설득작업보스니아사태에 대한 서방측의 대응전략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세르비아계의 유엔군 인질전략에 한동안 당황했던 서방측이 그동안 수차례 나토 긴급회의와 관계국들의 물밑접촉을 통해 마련한 전략은 크게 두가지다.
그 하나는 슬로보단 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화국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설득을 통해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를 고립시키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무력시위를 전개, 세르비아계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강·온 양면전략을 동시 추진하는 서방측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우선 세르비아계가 유엔군 인질작전을 포기토록 하는 한편 향후 유엔군의 철수 및 재배치를 위해 보다 유리한 환경을 세르비아계로부터 보장받자는 것이다.
서방측은 우선 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대통령을 적극 회유하고 있다. 세르비아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봉쇄를 해제할테니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세르비아공이 이를 수락할 경우 보스니아사태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서방측 판단이다. 보스니아 세르비아계에 무기와 탄약 및 생필품을 은밀히 제공해 온 최대 지원세력이 바로 세르비아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르비아공이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인정할 경우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 지도부는 강경노선에서 후퇴, 협상테이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밀로세비치의 반응이다. 미국의 로버트 프레슈어미국무부차관보는 지난 31일 베오그라드를 방문, 밀로세비치와 담판을 벌였으나 서방측의 제안을 관철시키는데는 일단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측 협상대표단은 밀로세비치를 계속 설득할 경우 세르비아공이 보스니아 회교정부를 인정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아래 현지에 체류하며 재협상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서방측은 이와 함께 발칸반도주변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중배치하며 세르비아계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미 미 영 불의 항모 3척은 아드리아해 인근해역에 배치돼 있고 나토공군소속 수백대의 전폭기가 출격대기 상태에 있다. 이는 당장 세르비아계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응징에 나서기 위한 것보다는 ▲무력시위를 통해 세르비아계의 저항의지를 약간이나마 약화시키는 한편 ▲추후 있을지도 모를 유엔군 철수작전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서방측은 유엔군 철수를위한 작전계획 초안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 「단호한 노력(DETERMINED EFFORTS)」이라는 암호명을 지닌 이 작전계획에 의하면 유엔군의 철수 및 재배치를 위해 4만명규모의 병력을 추가로 투입, 유엔군의 철수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작전의 실행시기는 한참 뒤로 늦추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르비아계의 호전적인 태도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보스니아내전 당사자들의 전투가 이처럼 고조된 상황에서 무턱대고 유엔군 철수작업을 강행할 경우 엄청난 희생을 몰고올 게 분명하다. 결국 밀로세비치를 설득하고 무력시위를 통해 세르비아계의 양보를 얻어 보스니아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게 서방측 전략이지만 문제는 이같은 서방측 의도를 훤히 내다보고 있는 세르비아계가 과연 양보를 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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