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유전·환경·로봇공학 등 이미 세계수준/성공적 산학협동… 「연구컨소시엄」도 활발이탈리아는 관광과 축구의 나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보다는 과학기술의 나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실제 이탈리아는 주요 첨단산업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항공, 유전 및 생체공학, 환경공학, 로보틱스(로봇공학)등의 분야에서 이탈리아는 미국이나 일본의 기업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이같은 과학기술은 「국립연구회의(CNR)」 「에너지환경청(ENEA)」 「이탈리아 핵물리연구소(INFN)」 「이탈리아 우주항공청(ASI)」등 대규모 국립연구소들의 연구개발노력과, 이들 연구소와 기업을 연결하는 산학협동체제가 뒷받침되고 있다.
국립연구회의는 외국연구소와 국내의 국립· 대학· 민간연구소를 연계하는 「복덕방」역할을 하는 특이한 기관이다. 연간예산 7억달러(약 5천3백20억원 ), 직원 7천여명의 방대한 이 기관은 세계 각국의 30여 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선진적 연구성과를 국내에 재빠르게 전파하고 있다. 또 외국 수준급 연구소와의 공동연구, 기술교류등을 주선해 국내 연구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대학 및 민간연구소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에너지환경청은 폐품등을 활용한 에너지 재생기술과 클린(무공해)에너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환경분야에서는 환경오염이 인구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지구전체 차원의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도 담당한다. 이 연구소의 연구성과는 해양분야의 로보틱스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광전자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우주항공청은 국내 및 외국 항공연구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연구를 주선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우주항공청(ESA)」, 외국의 민간항공업체들과 함께 정보통신, 인공위성, 항공교통시스템, 항공로보틱스등의 공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지역 연구소와 함께 잘 짜여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이탈리아 대학연구소들은 과학기술발전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전국에 고루 퍼져있는 50여개의 대학연구실들은 지역의 연구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연구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역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컨소시엄은 산업계의 요구를 연구소들이 신속히 파악하고 연구성과들이 기업으로 전파될 수 있도록 연구소와 기업을 연계하고 개별 연구소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이탈리아는 전세계적으로 추진되는 연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87년 세워진 「유전·생체공학 연구 및 훈련센터(ICGEB)」가 대표적이다. 2백여 연구원이 상근하는 이 연구소를 통해 연간 6백여명(연인원)의 국내외 학자 및 연구원들이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17개 개도국에 제휴연구실을 두고 있다. 연구소는 유전공학과 생체공학에 중점을 두면서 건강 영양 산업기술 환경보호 폐품활용 에너지생산등 개발도상국들이 당면해 있는 5가지 분야에 걸쳐 실생활에 쓸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연구소는 이미 적도지방의 풍토병 퇴치 백신개발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상태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방산기업 핀메카니카 그룹 파비아니 회장 내한회견/“헬기·함포분야등 세계 최고 자랑/한·이 협력땐 100% 기술이전 가능”
지난달 방한한 이탈리아의 대표적 방산기업 핀메카니카그룹의 파비아노 파비아니(65) 회장은 기술제휴를 통한 제3국진출등 양국 경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핀메카니카그룹은 1천여개의 회사를 거느린 이탈리아 최대의 국영기업 IRI그룹의 방산관련 자회사그룹이다. 파비아니회장으로부터 세계적인 수준으로 알려진 핀메카니카그룹의 기술수준과 경협가능성에 관해 들어 보았다.
―핀메카니카그룹은 어떤 기업인가.
『핀메카니카그룹은 상장주식가격이 3조리라로 재계 23위지만 제조업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인 피아트사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첨단산업의 대표주자다. 지난해 매출액 12조1천1백70억 리라였고 우주항공 방위산업 에너지 운송 자동화설비등 5개 주력분야는 세계적인 기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의 54%를 수출이 차지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방위산업분야에서는 헬기 미사일 레이더시스템 대포 함포등 각종 군사무기들을 생산하고있는데 이탈리아 전체생산의 70%를 차지합니다』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방위산업분야에서 양국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국방성과 한국국방부가 최근 체결한 방산협정에 의해 핀메카니카사의 다양한 무기들을 국방부와 방위산업체에 소개하고 협력가능한 분야를 모색하려 한다. 이미 한국 국방부에 개괄적인 그룹소개와 함께 각 분야별로도 설명회를 가졌다. 한국측에서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한국과 협력관계에 있어 핀메카니카사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한국의 기술수준향상을 위한 기술협력의 태세가 돼있다는 점이다. 1백% 기술이전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핀메카니카사가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은.
『헬기와 함포분야는 이미 세계 최고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측에도 이미 판매를 했거나 판매가 구체화한 품목들이다. 이밖에 영국 독일등과 함께 생산하고 있는 토네이도 전투기등 지상공격에 능한 소형전투기도 경쟁력이 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페라리차·틸팅열차·멕스헬기/명품으로 가득찬 장인의 나라
이탈리아는 장인의 나라다. 패션의류에서 구두 핸드백 스포츠카 유리제품등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 선망받는 명품으로 가득찬 나라다. 인간의 오감에 호소하는 디자인과 영롱한 색감,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능들이 바로 이탈리아 명품의 특징이다.
이탈리아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상품은 스포츠카. 페라리사의 페라리 스포츠카는 세계 자동차 경주사상 가장 많이 승리한 차로 유명하다. 대당 가격이 최고 60만달러(약5억원)에 이르며 유선형의 미려한 외관, 최고 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은 것등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87년에 선보인 슈퍼모델 F40은 시속2백의 속도를 내는데 단1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피아트사가 개발한 틸팅열차는 신개념의 초고속 열차. 기존의 철도레일을 그대로 둔채 열차만 교환해도 시속 2백70의 주행이 가능하다. 이미 이탈리아에서는 실용화해 있으며 독일 핀란드 스위스등에 수출되고 있다. 빠른 속도와 안락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틸팅열차는 특히 우리나라처럼 곡선이 많고 회전반경이 짧은 지형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구스타사가 개발한 「나는 앰뷸런스」 A109 맥스헬기도 빼놓을 수 없는 명품. 우리 경찰청도 최근 아구스타헬기 2대를 들여와 섬이 많은 전남및 경남에 배치했다. 시속 3백10, 최대항속거리는 7백78. 우리나라처럼 차도가 복잡한 곳에서 응급환자후송, 인명구조등에 유용하며 8인승이라 병원 마당이나 옥상에 쉽게 착륙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이밖에도 유리제품과 구두 핸드백등 가죽제품등이 이탈리아 국민들의 자부심거리다. 이탈리아 유리제품의 역사는 이미 1천년전 문헌에도 나타나 있을 만큼 뿌리깊은 전통을 갖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북동부 해안의 베네치아 지방에서 만드는 무라노유리등 유리제품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데 망간을 녹여서 만드는 베네치안 블루의 영롱한 빛깔은 눈부시다. 또 24가지의 조각칼로 조가비의 상층부에 그림을 새겨 만든 정밀세공제품 카메오와 정교한 보석세공기술도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대표한다.<남대희 기자>남대희>
◎작년 한·이교역 27억불 규모/산업구조 유사… “경쟁적 입장”
지난해 한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액은 7억5천6백만 달러였고 이탈리아는 19억5천4백만달러어치를 한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전체 교역규모와 비교하면 양국의 교역량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의 총무역액중 대이무역의 비중은 1%내외이며 이탈리아 총무역액의 0.2%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면에서 보면 한국은 86년에만 흑자였을 뿐 계속 적자를 보여왔다.
양국의 현지 투자도 교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기업의 대한 투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건, 2천8백72만달러였다. 이는 대한 외국인 총투자액의 0.2%에 불과하고 같은 유럽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네덜란드(10억5천2백23만달러)의 2.6%수준이다. 한국기업의 이탈리아투자도 14건, 2천1백38만달러로 전체 해외투자 9억8천1백30만달러의 2.2%에 불과하다.
이처럼 초라한 경협 현황은 양국의 노력부족이라기보다는 이탈리아의 산업구조가 우리나라와 유사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여진다. 선진국중에서는 뒤처진 편인 이탈리아와 선진국을 넘보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상호보완의 측면보다는 경쟁의 여지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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