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여개 전문스튜디오… 각국 바이어들로 북적/베네통·페라리·이탈디자인사 등 세계적 명성「클립에서 우주선까지」 디자인왕국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지향하는 목표이다. 이처럼 이탈리아 제품들은 클립등 하찮은 소비재상품에서부터 자동차 첨단의료장비등 중공업및 첨단하이테크산업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패션, 구두, 핸드백등 가죽제품과 스포츠카, 가구 어느것 하나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탈리아는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디자인을 앞세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하이터치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상품개발은 디자인이 마지막단계에서 끝마무리나 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새로운 디자인에 공학자나 기술자가 거기에 맞추어 구조나 성능을 개발하는 철저한 디자인주도형이다. 다시말해 형태가 기능을 좌우하는 생산방식이다.
산업디자인왕국 이탈리아의 산실은 9백여개에 이르는 디자인 전문 스튜디오. 이곳은 언제나 새로운 디자인을 갈구하는 이탈리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체 바이어들로 붐빈다.
현대자동차가 생산한 포니 엑셀의 디자인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탈디자인」사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공업 중심지인 토리노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데 세계 각국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디자인 개발로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포니 엑셀을 비롯, 스텔라 쏘나타 아우디80 폴크스바겐 포르셰 르노19와 21 도요타 아리스토등 지금까지 개발한 모델만도 1백여가지가 넘을 정도로 세계 각국을 누비는 웬만한 자동차는 이탈디자인사 작품이다.
특유의 독창성으로 세계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이탈리아 중소기업군도 이탈리아를 산업디자인 왕국으로 올려놓는데 한 몫을 했다.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은 전체기업의 90%에 이르고 있으며 총매출액의 70%, 총수출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이탈리아 경제에서 막강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베네통 구치 피렐리 페라리자동차등도 중소기업에 속한다. 이들 중소기업은 기업규모가 작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명성과 경쟁력을 지닌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인 전문분야에서 선진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하이터치전략으로 창의력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은 항상 미래창조와 창조된 미래를 제품에 반영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대량생산을 통한 박리다매보다는 전문화한 아이템을 골라 다품종소량생산으로 언제나 「지금내놓은 것 보다는 더 보기좋고 쓰기편한 제품」을 생각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해 낸다.
세계의 패션을 리드하는 베네통의 성장 원동력도 바로 앞서가는 디자인개발에서 나온다. 베네통에는 전체 직원의 10%나 되는 2백여명의 디자이너들이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미래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매년 5천여개의 신모델을 개발, 세계시장에 내놓고 있다.
세계 자동차경주사상 가장 많이 승리한 스포츠카를 만들어내기로 유명한 「페라리」사 뒤에도 단순한 기계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오감에 호소한다는 디자인 개척정신이 뒤따랐다.
구두 핸드백등 가죽제품에서 자동차 고속열차등 중공업제품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디자인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점이 이탈리아제품의 특징이다.
이탈리아의 산업디자인은 제품자체의 혁신을 지속시킬 뿐만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디자인은 끊임없는 수요를 창출한다」는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내며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상품수출전쟁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이진동 기자>이진동>
◎패션업체 「베네통」의 원동력은…/세계적인 디자이너 30여명 엄선/전문연구센터서 아이디어 창출
이탈리아 북부의 소도시 트레비소. 세계적인 패션업체 베네통그룹의 본거지가 여기에 있다. 이 도시의 외곽에 베네통의 디자인연구센터 「패브리카」가 있다. 라틴어로 「워크숍」을 뜻하는 패브리카에 베네통의 미래가 있다.
베네통은 세계에서 재능있는 디자이너 30여명을 엄선해 이곳에서 맘껏 창작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행동하면서 배우고 현실에서 미래를 읽는다」는 패브리카의 모토에 따라 단순히 디자인 연구만을 하는게 아니라 현실의 틀을 깨면서 미래의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패브리카는 미래의 이미지와 사운드,아이디어를 창조하기위해 현대사회의 다면적인 특징을 탐구하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의 문제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베네통측은 밝힌다.
전쟁 질병 종교 섹스등 인간의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이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수 없다는 게 베네통의 지론이다. 파격적인 베네통광고들이 모두 절박한 인간의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이유를 알게하는 대목이다. 패브리카의 연구산물이 선을 보일 때 세계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될 것이다.
◎“소규모 정예로 국제무대 도전”/중기는 이 경제의 뿌리/근로자 3분의2 고용·수출 60%차지
이탈리아는 중소기업의 나라다. 특히 한 가족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이 많아 「가족기업의 왕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탈리아는 종업원 1백명미만의 중소기업에 고용된 근로자가 민간산업 전체 근로자의 3분의2에 달하며 수출의 60%가 중소기업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무역흑자 2백10억달러중 중소기업 업종인 섬유 의류 신발등이 절반이상을 차지한 것만 봐도 중소기업이 이탈리아 경제의 근간임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중소기업인 베네통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16억달러에 달했다. 냉장고 제조업체인 엘피사는 몇년전만 해도 중소기업에 속했으나 이제는 대형 가정용 전자제품분야에서 이탈리아 1위이자 유럽 4위로 부상했다. 베네통과 함께 세계 패션을 리드하는 막스마라, 세계 의료기기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올사도 세계적인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이다. 이탈리아 대기업인 자동차메이커 피아트사가 지난해 10억달러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달리 이들 중소기업은 호황을 구가했다.
기계부문도 중소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분야다. 이탈리아는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기계류 생산국가이다. 특히 종업원 5백명이하의 중소기업이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북미지역을 활발히 개척하고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핵인 가족기업은 몇대에 걸쳐 독창적이고 유연한 경영노하우와 고유한 기술력을 쌓아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 명문기업으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에 가문의 명예를 건다.
이탈리아에서 가족기업이 융성하게 된 것은 2차대전이후 사회보장제도가 강화하면서 고용주들의 세금부담이 커지는등 대기업의 회사경영이 어려워진데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직원 1명을 고용할 경우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총경비는 직원 순수령액의 2.6배에 달한다. 연봉 9천만리라(약 4천5백만원)를 받는 직원의 실수령액은 5천2백만리라정도지만 회사는 사회보장세와 퇴직연금 예치금등 연간 1억3천4백50만리라를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노동조합이 강해 직원 감원도 힘들어 자연히 직계가족이나 친척중심으로 운영되는 가족기업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 가족기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에 비해 은행돈 빌려쓰기가 쉽지 않고 규모가 작아 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렵다. 이때문에 가족기업중 선친의 가업을 물려받는데 성공하는 기업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대대로 이어온 장인정신과 가족간의 강한 유대, 창의적인 기업가정신등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기업들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어 세계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유승호 기자>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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