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돕는다” 목청속 활동제한 몸사리기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31일 밝힌 「보스니아 파병구상」은 지극히 신중하고도 제한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미공군사관학교졸업식에서 처음으로 지상군파병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몇가지 주목할 만한 단서를 달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유엔보호군(UNPROFOR)의 전력강화는 더이상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란 표현으로 파병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미지상군의 투입형태가 「일시적 사용(TEMPORARY USE)」의 범주에 국한될 것이란 점을 부각시켰다.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군사불개입 정책의 전환을 의도하지 않고 있음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곤경에 처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동맹국들을 그대로 방치할수 없어 대의명분에 입각해 파병을 검토하고 있지만 가급적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에서 어디까지나 무리없이 하겠다는 얘기이다. 파병의 목적을 유엔평화유지군의 철수 또는 재배치를 돕기위한 것으로 한정짓고 있으며 유엔군이 아닌 나토군의 일원으로 지원하게 된다는 설명이 거듭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즉 파병은 하되 피는 볼 수없다는 다분히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클린턴행정부가 내놓고 있는 보스니아 해법은 이처럼 사태의 궁극적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없다. 미국내 여론은 국지분쟁에 미국이 개입해 희생을 치르는 데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못한게 사실이다. 미국의 국가이익이란 측면에서도 보스니아파병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에 취해진 어정쩡한 파병결정은 국내외적 압박을 모두 충족시켜야하는 클린턴의 고육지계인 셈이다.
더욱이 클린턴이 대외정책분야에 약하다는 비난은 그가 취했던 대보스니아, 소말리아 두 정책에서 비롯됐다. 그가 파병계획을 밝히면서 의회와의 사전협의를 거듭 강조하고 시종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보스니아정책은 「잘해야 본전」이란 식의 피해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미의회는 벌써부터 파병계획이 의회쪽 의견이 무시된채 추진돼 왔다고 비난하면서 클린턴대통령의 발목을 잡고있다. 차기대선의 경쟁상대인 공화당의 보브 돌 상원의원이나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등은 『의회의 긍정적 협조 없이는 보스니아파병이 불가능할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그러나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물고 늘어지려는 공화당 입장에서도 무턱대고 파병결정을 훼방 놓을수 만은 없는 처지이다.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큰소리만 치기에는 현재의 보스니아사태가 너무 긴박하다. 공화당의 제시 헬름스상원외교위원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이름으로 미지상군의 파병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반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보스니아 파병문제는 외교정책에 문외한이라는 클린턴 대통령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리며 차기대선구도를 훨씬 까다롭게 만드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워싱턴=정진석 특파원>워싱턴=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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