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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저 「너를 부른다」 「고향의봄」(요즘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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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저 「너를 부른다」 「고향의봄」(요즘 읽은 책)

입력
1995.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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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깨끗한 우리말로 세상을 노래한/선생의 삶·철학이 흐르는 동시의 보고이원수 선생의 동시집으로 지금 구해 볼 수 있는 것은 선생이 살아 계실 때 손수 뽑아 엮은 「너를 부른다」(창비아동문고)와 가신 뒤에 나온 전집 30권(웅진)중 첫째 권으로 되어 동시작품 전부를 모아 놓은 「고향의 봄」이다.

이번에 이 동시집들을 다시 읽었는데 지난 날에 느끼지 못한 것을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한평생 글을 쓰다가 떠났다면 그가 쓴 글이 어떤 글이든 그 글에는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부딪쳤던 온갖 일들과 함께 가졌던 생각이나 몸짓같은 것이 삶을 따라 뜻있게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것이구나 싶었다.

이원수 선생은 해방뒤로는 동시보다 동화를 더 많이 썼지만 동시는 1926년 「고향의 봄」을 발표한 때부터 쉬지 않고 써서 마지막 돌아가시기 전 한해동안 투병하실 때도 동시만 썼으니 동시로 평생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동시를 쓴 55년동안을 기승전결의 단계로 나누어 보았더니 선생의 한 평생이 또 동시의 흐름과 같이 이 네 단계로 나뉘겠다 싶었고 그래서 인생도 저마다 만들어 가는 한 편의 작품이구나 싶었다.

이제 내 나이도 81년 봄 이원수 선생이 돌아가시던 때의 나이와 같이 되었는데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부끄러운 나도 지난날을 기승전결로 나누어 생각하면서 반성도 하고 남은 앞날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해 보았다. 또 하나 느낀 것은 이원수동시에 나타난 깨끗한 우리 말인데 동시를 쓰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시를 쓰려는 사람들도 이원수동시를 읽고 쉬운 우리 말을 어떻게 썼는가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를 들면 「어려운 세상 어서어서 지나가거라」(이삿길)하는 구절의 「어려운」같은 말도 요즘 젊은이들은 「삭막한」이라든지 그밖에 뭔가 어려운 한자말을 쓸 것같고 「다같이 잘 살 줄 모르는 욕심쟁이들을 없애지 않고는 즐거운 나라는 될 수 없단다」(오키나와의 어린이들) 이런 구절같은 것도 요즘 시를 쓰는 사람이라면 「더불어 살 줄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을 없애지 않고는 환희의 나라는 될 수 없단다」 이렇게 쓸 것같기 때문이다. 이원수선생은 들판을 「초원」이라 하지 않았고 웃음을 「미소」라 하지 않았다. 새벽을 여명이라 하고 슬픔을 비애라 하지 않으면 시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우리 말도 시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쉬운 말로 써도 시가 되어야 진짜 시다. 이원수 선생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마지막으로 쓴 「겨울물오리」는 유치원 어린이들도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었는데 거기에는 한 시인이 마지막에 다다른 세계와 깊은 철학이며 종교가 담겨 있는 것이다.<이오덕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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