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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공부 두마리토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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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공부 두마리토끼 쫓는다

입력
199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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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논문현상금 전문사냥꾼/300∼400명선,졸업후 차명응모도대학가에 신종 사냥꾼들이 등장했다. 미국 서부시대의 헌터가 흉악범의 목에 걸린 돈을 노렸다면 이 신종사냥꾼들은 현상논문에 걸린 돈과 명예를 쫓는다.

현재 이들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한번의 논문현상에 보통 1백50∼2백명이 몰리는 것을 감안하면 대략 3백∼4백명정도로 추산된다. 물론 이 바닥은 철저한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만큼 매번 성공, 화려한 실적을 쌓아가는 사람이 있는반면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Y그룹에 근무하는 현모(29)씨는 다양한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사냥꾼. 대학원에 다닐때인 90년과 91년 매년 2∼3차례씩 현상논문공모에서 입상했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후배의 이름을 빌려 차명수상도 수차례 했다. 건당 현상금이 보통 2백만∼3백만원 정도이므로 줄잡아 1천만원은 족히 번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게 참신성을 보여주는 것』이 나름대로 현씨가 체득한 당선의 노하우다.

이에 반해 모대학 4년 이모(25)군은 아직까지 들러리 역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93년 군에서 제대한 이후 매년 3∼4회씩 꾸준히 응모하고 있으나 참가자 전원에게 주어지는 기념품만 쌓이고 있다.

현상금 사냥꾼이 대학가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초다. 은행과 기업등에서 홍보의 일환으로 1백만∼2백만원에 달하는 거액과 수상자 특채로 대학생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논문 주제의 80% 정도는 주최자의 성격상 경제, 경영학 전공자에게 유리하고 이밖에 통일원, 농협등에서 통일문제와 농촌문제를 주제로 내걸어 해당전공자에게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대형 건설업체에서 주최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공계 전공자에게는 기회가 별로 없는 편이다.

전문헌터들에 대해 주최측은 별로 못마땅해 하는 반응은 아니다. 농협중앙회의 최정철(39)부장은 『논문현상공모의 주목적이 좋은 논문을 발굴, 실무에 응용하는 것보다는 기업홍보에 있다』며 『헌터들로 인해 논문응시율이 높아질수록 기업측으로서는 좋다』고 말한다.

「돈도 벌고 공부도 하는 논문현상」. 야무진 신세대의 한단면이다.<조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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