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대상 「율리시즈의 시선」/남우주연상 조너선 프라이스/여우주연상 영 헬렌 미렌/감독상 「증오」의 마티유 카소비츠28일(이하 현지시간) 폐막된 제4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은 사라예보 출신의 에밀 쿠스트리차감독이 만든 「언더그라운드」가 차지했다.
「언더그라운드」는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침공을 받은 보스니아와 현재의 내전상황을 오가며, 두 친구간의 사랑과 갈등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영화이다.
쿠스트리차 감독은 이 영화제에서 85년 「아빠는 출장중」으로 황금종려상을, 89년 「집시의 시간」으로 최우수감독상을 각각 받았다.
28일 하오 7시부터 팔레 드 페스티벌 내의 뤼미에르극장에서 거행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 대상은 그리스감독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가 만든 「율리시즈의 시선」에 돌아갔다. 「율리시즈의 시선」은 전흔으로 얼룩진 발칸반도를 순례하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알레고리적인 기법으로 그린 영화이다.
영화제의 꽃인 여우주연상은 미국영화 「조지왕의 광기」(니콜라스 하이트너 감독)에서 샬로트여왕역을 연기한 영국배 헬렌 미렌이 수상했으며, 남우주연상은 영국영화 「캐링턴」(크리스토퍼 햄튼 감독)에서 작가 리튼 역을 맡은 조너선 프라이스가 받았다.
또한 최우수감독상은 도발적인 영화 「증오」를 만든 프랑스의 신인감독 마티유 카소비츠에게 돌아갔다.
프랑스의 또 다른 신인감독 자비에 보부아가 만든 「네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마라」는 예술적인 공로가 있는 영화에 주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한편 올해 영화제에는 미국영화가 주요부문에 한편도 오르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은 프랑스의 원로배우 잔 모로였다. 이밖의 수상작(자)은 다음과 같다.
▲심사위원특별상(시나리오부문)=크리스토퍼 햄튼감독(영국)의 「캐링턴」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하얀 풍선」의 자파르 파하니감독(이란) ▲황금카메라상(특별상)=「드니즈 전화하다」의 해럴드 살웬감독(미국) ▲소형영화부문 황금종려상=알렉시 카리티디감독(러시아)의 「가가린」 ▲소형영화부문 심사위원상=그레고르 조던감독(호주)의 「스윙어」<칸(프랑스)에서 김대현 영화평론가>칸(프랑스)에서>
◎칸영화제 결산/「세계 화약고」 보스니아 다룬 2편 1·2위 “눈길”/“역사적 현실 담은 작품에 높은 점수” 큰 변화
올 칸국제영화제의 특징은 세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보스니아를 무대로 한 영화 두 편이 1∼2위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과 심사위원 대상을 나란히 받았다는 점이다.
두 작품의 수상은 세르비아계가 유엔병사를 인질로 잡고 보스니아 외무장관이 탄 헬기가 격추되는 등 사태가 한층 심각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언더그라운드」는 평론가들이 『펠리니가 전쟁영화를 만들었다면 이럴 것』이라고 감탄했을 만큼 뛰어난 작품.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율리시즈의 시선」 역시 일찍이 수상이 예견된 수준 높은 영화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유럽인들이 보스니아사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데 대한 죄의식이 두 작품의 수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베니스영화제에서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비포 더 레인」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것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언더그라운드」는 나치의 침공을 받은 1941년부터 티토대통령 치하를 거쳐 오늘의 내전상황에 이르기까지 민중이 겪는 고난의 삶을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는 기법으로 고발한 작품.
나치를 피해 지하로 숨은 농민들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한 남자의 속임수에 빠져 50년 동안 지하에서 살다 지상으로 나오지만 땅 위는 여전히 전쟁상황이다.
이 영화의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는 『전쟁은 우리나라의 숙명인 것 같다. 나는 정치인은 아니지만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율리시즈의 시선」(감독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은 전쟁이 삼켜버린 발칸반도를 순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그는 우울한 현실 속에 순수를 찾아 루마니아 마케도니아를 거쳐 사라예보까지 떠돌지만 전쟁의 참상만 만나게 된다.
실험적인 예술영화를 선호하던 칸영화제가 역사적인 현실을 진지하게 다룬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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