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력응징 놓고 서방 분열상만 노출/인명희생·선거의식 책임전가 급급악화일로로 치닫는 보스니아사태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서방측이 심각한 분열상을 드러내고 있다. 유엔군을 인간방패로 한 세르비아계를 성토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막상 무력대응에 관해선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발뺌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분란의 핵심은 세르비아계에 대한 추가공습 여부를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점이다. 보스니아사태에 관한한 사실상 서방의 전위 군사기구격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유엔이 보스니아사태를 관장함으로 부트로스 갈리유엔사무총장이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갈리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가 단안을 내릴 사항』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같은 난맥상이 노정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지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먼저 세르비아계에 대한 추가공습을 결정할 경우 이는 현재 2만2천여명의 유엔군의 생명을 놓고 벌이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현재 4백명에 육박하는 유엔군이 세르비아의 인질로 전락된 상황에서 나토의 추가 공습이 실시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확산될 게 분명하다.
추가공습을 포기해도 마찬가지다. 세르비아계의 도발로 유엔의 권위가 실추된데다 회교계 민간인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무력응징을 완전 포기하는 것은 유엔과 서방이 무기력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된다.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도 심각한 내홍에 빠져있다. 특히 보스니아주둔 유엔군 산하에 3천7백50명의 자국군 병력을 파견중인 프랑스는 미국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보스니아에 지상군 병력을 파견하지도 않은 미국이 세르비아계의 강경대응을 촉발시킨 지난 25, 26일 나토 공습을 주도한데다 자국군의 희생이 더 발생할 수도 있는 추가공습까지 주장하고 나오자 발끈하고 있다. 이미 1백60여명의 자국병사가 세르비아계에 의해 억류된 프랑스가 자국군 철수를 추진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친분관계로 세르비아계의 입장을 두둔해온 러시아도 지난주 공습에대해 미리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서방측을 비난하고 있다.
미국도 난처한 입장이다. 미대통령 선거를 18개월 앞둔 시점에서 클린턴미대통령은 국내여론을 의식, 지상군 파견등 본격적인 무력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2만5천명의 지상군 파견용의를 밝힌 것은 유엔군이 보스니아로부터 철수할 경우 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 한정된 것이다. 미외교관리들도 『현재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항공모함과 전폭기들을 추가배치하는 외형적인 무력시위밖에 없다』고 인정하고있다.
결국 세르비아계의 강수는 서방 공조체제의 분열과 허점을 노린 것이며 지금까지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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