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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민주당(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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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민주당(사설)

입력
199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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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파벌 싸움은 정말 고칠 수 없는 고질인가. 야당의 이러한 정치행태는 언제가서 개선될 수 있을까. 최근의 민주당 사태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의문을 새삼 제기하고 있다.정말 국민을 위해 생산적인 정치를 펼 수 있는 건강한 야당은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실망과 기대가 뒤엉키는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과정에서 벌어진 불상사가 이기택 총재의 사퇴 파동으로까지 확산되어 내분이 극도로 악화되는 양상을 보면서 국민들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혀를 찼다.

드디어 내분이 분당위기로까지 치달아 「이제는 정말 끝장인가」하는 찰나에 「사퇴 철회」로 곤두박질하는 상황에 국민들은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총재의 사퇴 번복으로 최악의 사태는 일단 모면하게 되어 불행중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남긴 후유증의 상처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국민을 향해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선거에 나가 뛰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다. 이 총재의 사퇴 결심을 바꾸는데 그런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야당총재의 정치적 처신방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에 이총재가 보여준 행동이 마치 토라진 어린애 같다고도 비유했다.

다수파의 심한 견제때문에 민주당을 제대로 끌고가기 어려운 사정도 이해하지만 이 총재의 사퇴카드는 잘못된 것이었다. 이총재는 작년 정기국회에서 12·12사태 관련자의 기소유예가 잘못된 것이라며 의원직 사퇴선언을 한 적이 있다. 금년초에는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면서 대표직 사퇴를 카드로 제시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총재직 사퇴를 으름장 카드로 내놓았다가 불과 수일만에 철회하고 말았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직이나 제1야당을 대표하는 총재직은 함부로 던질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국민과 당원을 위해서만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자기 자신의 이익이나 계파의 이해관계 차원에서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또 그때 그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떠난다고 큰소리쳤다가 슬그머니 돌아와 앉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계파간의 갈등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계파싸움은 정말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계파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앞세워야 할 것이고 나아가서는 당의 이익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할줄 아는 야당과 야당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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