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에 찌든 서울 도심에서 정동은 그나마 한적한 곳이다. 덕수궁 담을 끼고 도는 정동거리는 서울의 역사가 숨쉬고 있다. 이곳에 전통예술과 연극을 공연할 전용극장이 세워져 곧 문을 연다. 내달 중순께 개관할 공연장의 규모는 무대 60평에 객석은 4백석. 국립극장의 분관으로 운영되는 「정동극장」은 연극과 판소리 그리고 명창의 무대로 엮어질 것이다. ◆이 극장의 건립은 우리나라 신극의 요람인 원각사를 복원하는 상징적 의미가 곁들였다고 한다. 1908년에 창설한 원각사는 최초로 신극이 공연된 극장이다. 이인직의 「은세계」라는 연극이 무대에 오르기전엔 춘향가 심청가같은 판소리를 주로 상연했다. ◆처음으로 시도된 신극은 안타깝게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그로인해 한동안 휴연하는 곤경에 빠졌다. 다시 판소리 창극으로 명맥을 지키다가 결국 신극운동은 1910년 막을 내렸다. 연극과 창극 또는 국악, 두가지로 짜여진 레퍼토리 구성은 원각사와 정동극장이 비슷하다. ◆이 극장은 특히 도심에 위치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독특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것이다. 하나는 점심시간의 샐러리맨을 대상으로 차 한잔을 나누며 예술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며, 또 주말에 토요상설무대를 마련해 외국관광객에게 우리 전통예술의 흥취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구상은 환영할만하나 새로운 레퍼토리의 개발과 함께 꾸준히 계속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예술의 대중화, 또는 관광상품화는 기대해볼만한 과제의 하나다. 전통예술이 퇴색하며 명맥이나 이어가는 현실에서 더욱 그러하다. 도심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겼다는 사실과 더불어 전통예술의 활성화를 비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