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건달 등 낙오자 내세워/시대착오적 전통 비웃어미국 텍사스 목장주 아들의 도덕적 타락을 사정없이 강렬하게 묘사한 「허드」(HUD·63년·패러마운트 작)는 옛 서부와 그것이 지닌 이상의 소멸을 주제로 다룬 사실적 웨스턴의 하나이다.
허드(폴 뉴먼)는 이상이니 규약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코방귀도 안 뀌는 지조없는 인간이다. 일은 안하고 빈둥거리면서 술만 마시는 날건달로 30∼40년대 웨스턴의 영웅이 아니라 60년대 유행했던 냉소적 악한이었다.
언더독(낙오자)에 집착했던 마틴 리트(MARTIN RITT·90년 75세로 사망)의 표본적 인물이다. 허드는 또 인간성을 항상 삐딱하고 지친 시각으로 바라 보던 리트의 사생아이기도 하다.
「허드」는 매우 음침하고 절망적인 내용의 영화로 페어플레이와 인간의 자존이 가차없이 능욕을 당하고 있다. 벌거벗은 탐욕과 전통적 가치의 충돌을 그린 훌륭한 고전적 드라마로 간단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이면서도 존 웨인이 총질하는 웨스턴보다 훨씬 더 사납다.
허드는 인간성이 썩을대로 썩은 자로 비도덕적이고 상스러우며 무책임하고 성적으로도 오만불손하다. 한 마디로 말해 나쁜 놈이다. 그런데 이 나쁜 놈이 지극히 매력이 있다는데 이 영화의 재미가 있다.
반면 허드의 아버지 호머(멜빈 더글러스)는 예의와 체면을 존중하는 도덕적인 사람으로 장남 허드를 사람 취급 안한 지 오래다. 그런데 이 영화는 비도덕적인 허드보다는 오히려 양심적인 호머를 시대착오적인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허드와 호머를 중심으로, 허드를 영웅처럼 숭배하는 어린 동생 론(브랜든 디 와일드)과 허드의 동물적 흡인력에 매료된 이 집의 흙냄새나는 하녀 알마(퍼트리샤 닐)가 개입, 소용돌이 치는 드라마를 엮는다.
호머가 숨지면서, 허드에게 환멸을 느낀 알마와 론도 떠난다. 그러나 어느 것도 허드에게는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손에 든 맥주 깡통꼭지를 딴 허드가 덧문을 요란하게 닫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는 역대 웨스턴 중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허드역을 오만방자하게 해 낸 뉴먼의 연기는 신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감독과 주연상 등 모두 7개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여자주연(퍼트리샤 닐), 남자조연(멜빈 더글러스), 촬영상 등 3개를 받았다.
리트는 뉴욕서 연극배우로 일하다 무대감독을 거쳐 TV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48년부터 51년까지 1백50편의 라이브연극을 연출했고 1백여편에 출연했다.
10대 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실이 드러나 51년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6년간 일자리가 끊겼다. 연극연출과 출연, 그리고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가르치며 생계를 꾸려갔다. 폴 뉴먼, 로드 스타이거, 조앤 우드워드 등이 이때의 제자이다.
57년 비로소 「도시의 변두리」로 감독에 데뷔했는데 부두노동자와 인종문제를 다룬 사실적인 이 작품에서부터 리트의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나타난다. 그는 많은 영화에서 자신의 진보적 신념을 활발하게 표현하면서 아울러 상업적인 재주도 보였다.
70년대가 활동의 절정기로 「사운더」 「대타」 「노마레이」 등이 이 때 작품이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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